[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대 후반을 기록했다. 물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장 한국은행이 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6일 통계청 및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 오른 106.85(2020년=10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4.8%를 기록한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넘어섰다. 이어 같은 해 10월 3.2% 상승한 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구매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4월 기대인플레이션도 3.1%로 3%대로 올라섰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물가상승 압력의 영향으로 2009년 3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1%로 집계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압력 증대로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는 가운데 곡물을 중심으로 세계 식량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의 경우 유류세 인하폭 확대로 상승률 둔화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러 제재 확대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예고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줄었다.
물가상승 장기화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대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금리로 시그널(신호)를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가안정책이 인기가 없더라도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