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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광화문]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사회안전망이다

2022-05-20 11:35 | 김진호 부사장 | sedtiger@hanmail.net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1997년 12월초 정국은 겨울임에도 뜨거웠다. 18일 치러질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가 부상하자 국민 시선이 모두 선거를 향해 있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마크맨으로 서울에서 김해까지 비행기로 내려가 부산부터 시작된 유세일정을 함께하며 대구를 거쳐 대전에 이르렀다. 다음 날 천안 유세를 소화 후 서울로 귀환하는 일정이다. 숙소인 대전 Y호텔 로비를 서성이던 아침, 커피숍에 설치된 TV에서 선거관련 소식에 앞서 IMF관련 소식이 속보로 이어졌다. 

정부가 국제기구로부터 융자를 받는데 대통령선거에 나선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3인의 후보에게 서약서를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회창 후보측 에 문의하니 당선되면 서약에 담긴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굴욕적인 빚보증이다. 후에 임창렬 경제부총리를 통해 당시 정황을 들었다. 

상호협의에 따라 미셀 캉드쉬 IMF 총재가 방한해 호텔에 짐을 풀었으나 세 후보의 보증 없이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3일 오전에는 합의서 없이 빈 손으로 출국하겠다고 위협했다. 국가부도의 갈림길에서 세 후보 모두 오후에 황급히 사인을 마쳤다. 국가부도설이 나올 때마다 "펀더멘탈은 강하다"고 외쳤던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의 내러티브는 허망한 메아리였다. 

1997년 12월 3일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골자는 대한민국 정부의 경제주권 제약이었다. 하지만 달러는 곧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12월 18일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이 "약속을 1%도 어김없이 이행하고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계기로 삼겠다"며 무릎을 꿇자 그제야 약속된 돈이 들어왔다. 경제관련 주요 결정권은 IMF로 넘어갔고 이후 국민 삶이 추락했다. 헌정사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라는 수식어가 붙은 대통령선거의 결과보다 서민 삶을 좌우한 것은 IMF의 경제통치였다.

혹독하고 무자비했다. 2008년 외환위기로 그리스의 경우 생활이 팍팍해진 국민들의 저항을 무기로 IMF와 협상을 통해 옥죈 조건을 수차례 완화했지만 당시 한국은 무기력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상식시험에 나오던 IMF라는 용어가 이제 한국인의 삶을 결정하는 저승사자로 자리잡았다. 

경제통치권을 가진 IMF의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압적 통제에 민생은 무너졌다. 회사는 부도가 났고, 실업자는 거리로 쏟아졌다. 1997년말 현재 실업자는 50만 명(실업률 2.1%)였으나 IMF통치 기간인 1999년 2월 말에는 180만 명(8.8%)에 달했다. 상장회사 200 여개가 문을 닫았고 폐업한 일반기업은 통계로 잡을 수 조차 없었다. 회사의 부도소식과 함께 생활고에 따른 자살 소식이 커플링됐다. 가용통화가 5억 달러에 불과하던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정치, 거시경제, 한미관계 등을 넘어서는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안보이자 경제이고 복지이며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IMF관리시대를 겪으며 한국인에게 달러는 더 이상 돈만이 아니었다. 국가와 개인을 보호하는 안전망으로 다가왔다. 아니 1944녀 미국 브렌튼우즈에 모인 44개국 대표들이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한 이후 지금까지 흔들리기는 했어도 달러는 지구인의 필요와 충분을 채우는 공용화폐였다. 

미국을 상대로 싸웠던 베트남, 중국, 러시아(소련)에서도 달러는 인민이 원하는 최애 상품이다. 미국의 패권을 무시하려는 쿠바, 북한는 물론 중동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 역시 달러는 필요악이다. 달러는 2021년 현재 지구촌 무역 결제 통화의 44.2%,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60%를 차지하는 기축통화이기에 그렇다.

마침 방한하는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 의제로 2021년 말 종료된 한미간 통화스와프 재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한미간 통화스와프 재개에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한국의 원화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신탁하고 유사시 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현재 치솟는 환율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엔데믹시대를 맞은 한국경제에 숨통을 트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21년 현재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4631억 달러에 달하며 한국경제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다는게 중론이지만 과거 트마우마로 인한 심리를 달래기 위해서는 달러만한 것이 없다. 

펜데믹시대를 거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봉쇄라는 악재에서 시작된 파열음을 수습해야 하는 시점이다. 세 가지 악재는 수출증대에도 흑자를 갉아먹어 무역적자를 초래했고 무역적자의 만성화는 경제 선순환을 압박한다. 미국 연준에서 시작된 금리인상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추세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금리인상은 부동산 가격 버블이라는 한국적 상황을 도탄에 빠트릴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정책 수단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면 경제 선순환을 위한 트리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정치, 거시경제, 한미관계 등을 넘어서는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안보이자 경제이고 복지이며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미디어펜= 김진호 부사장

[미디어펜=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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