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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③]취약계층 부채 빚 경고음…"출구전략 시급"

2022-06-06 08:00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국내 가계부채가 1860조원에 이르는 등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현재 연 1.5%의 기준금리를 최대 2.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어서 특히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저소득층을 포함한 청년층, 자영업자의 잠재 부실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 및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출구 전략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규모와 증가속도가 세계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부채의 질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가계부채의 총량 및 질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반적인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금융 취약계층의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득여건이 어려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대출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높아서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1.75% 수준으로 인상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4월과 5월 이례적으로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과 8월 이후 약 15년만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금리를 올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는 올 연말까지 3차례 추가인상이 예상돼 2.5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지난 8월 기준금리(0.5%)와 비교하면 17개월 만에 2%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4조2000억원)와 비은행을 포함한 전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약 3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커 실제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의 안전판이 시급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에 비해 대출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커서다. 취약계층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담보물이 없고 소득이 낮아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점수 664점이하) 또는 저소득(소득의 하위 30%) 취약 차주의 대출 규모는 92조8000억원, 연체율은 5.5% 집계됐다. 이들은 특히 비취약차주에 비해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취약차주 연체율은 과거 금리 하락기(2019년 2분기~2020년 4분기)에 1.8%포인트 하락하고 금리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1.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비취약차주의 경우 연체율 변동이 거의 없었다.

경제전문가들은 통화·금융정책의 정상화 과정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재정 측면의 지원책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등 출구 전략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정 시점에 상환부담 및 부실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저금리 대환대출 전환, 장기분활 상환 등 리스크 이연을 통한 연착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리금상환 불능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취약·고위험 자영업자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전략 및 사회·재정 측면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정부·기업·가계 보든 부문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가계부문에 있어선 소득 계층별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안정된 소득이 없으면 빚은 다시 늘어나게 된다"며 "가계부체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법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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