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요인, 또한 일부 국가들의 보호무역 조치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식량안보 및 식량자급률이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쌀가루’를 그 열쇠로 판단하고 쌀가공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8일, 오는 20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 20만 톤 공급하고 밀가루 연간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한다는 내용을 담은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울 발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분질미 산업화 육성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농식품부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전체 45.8%로 이 중 밀은 0.8%밖에 되지 않는 반면 쌀은 구조적 공급과잉인 상황이다. 이에 이번 대책을 통해 2027년에는 전체 52.5% , 밀 7.9%의 자급률과 함께 쌀 수급균형을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식량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식량주권 확보를 농식품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을 했다”며 “이번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고 효과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질미는 정 장관이 농촌진흥청장 재임 시에 세계 최초로 쌀의 분질 유전자를 발견해 개발한 품종으로, 2002년부터 ‘남일벼’라는 품종에서 분질 돌연변이 유전자(flo7)를 탐색해 ‘수원542호’, ‘바로미2’ 등의 분질미 품종으로 개발됐다.
특히 분질 유전자 ‘flo7’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도 이미 특허 등록이 돼있고, 중국에는 특허 출원이 된 상태다.
정 장관은 “지난해 쌀 가공제품 수출도 1억 6000만 달러로 확대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쌀의 가공적성과 비용 측면의 한계가 있었다”며 “도정하는 순간 가루가 되는 밀과는 달리 쌀은 물에 불리는 습식 방식으로 대량으로 가루를 생산하기에는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질미는 물에 불리지 않고 밀가루와 유사한 방식으로 쉽게 가루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쌀 가공산업 발전시키는 데 굉장히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분질미 산업화를 통환 밀 자급률 변화 예측./인포그래픽=농식품부
정 장관은 이번 대책의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로 △현재 벼 재배면적 중 4만2000㏊를 분질미 재배지로 전환 △공익질불제 2배 상향 추진 △이모작을 통한 식량자급률 개선 △정부 개입을 통한 분질미 산업화 △쌀 가공식품 대상 특화된 식품인증제도 도입 등을 언급했다.
정 장관은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매년 3~5월 사이에 농가하고 분질미 매입계약을 체결한 후 공공비축미의 일부를 매입할 계획이다”라며 “또 이를 우선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식품업체에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쌀이 남아 매년 수천억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가격이 안 잡혀서 농민들이 아우성치고있는 상황인데 이번 대책을 통해 수급균형을 맞춤과 동시에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 장관은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쌀 활용 정책에 세금을 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비춰보면 향후 쌀 소비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쌀 가공산업 규모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분질미 산업화는 쌀을 넘어 식량안보문제에서도 해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가공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7조 3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에는 1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쌀 가공식품 수출은 같은 기간 약 1억 4000만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