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 나스닥 1만1000선이 무너지면서 코스피도 25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도 800선이 위태롭다. 길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태로운 미국의 물가지수와 통화정책, 스태그플레이션 위협 등 주위 어느 곳을 둘러봐도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펜은 미국과 한국 증시를 동시에 덮친 ‘검은 월요일’ 여파의 한가운데에서 긴급하게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향후 증시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국내외 증시 충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미국 주요 지수들도 5% 안팎의 하락률을 나타내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14일인 이날 그 여파가 한국 증시에서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국내외 증시 충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51.23포인트(-3.88%) 급락한 3749.63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해도 21% 이상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뉴욕증시에서 약세장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다른 지수들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6.05포인트(-2.79%) 떨어진 3만516.74에 거래를 끝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30.80포인트(-4.68%) 급락해 1만809.2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이 1만1000선을 내준 영향을 받은 14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결국 2500선을 내준 상태다. 코스닥 역시 2% 넘게 떨어지며 800선 바로 위에서 아슬아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바로 직전까지 올라오며 불확실성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까지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시장 불안에 대비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제때 작동할 수 있도록 사전 점검하고 필요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현실이 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고들 한다. 금융 당국까지 개입 의사를 밝힌 현 상황도 언뜻 보면 나올 악재는 거의 다 전모를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주가지수가 좀처럼 맥을 못 추는 데에는 몇 가지 ‘숫자’가 아직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요인을 금융감독원 및 국제금융센터와 함께 점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전문가들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미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와야 상승이든 하락이든 주가지수가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 대해 “50bp(0.50%포인트) 인상은 기본”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6월 FOMC의 관심은 향후 75bp 인상 여부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은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금주 예정된 FOMC 회의뿐만 아니라 소매판매, 기업재고, 주택지표 등 경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지표에 민감한 변동성 확대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월 CPI 발표 이후 물가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됐다”면서 “6월 FOMC 이후에도 물가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유가가 현재 레벨에서 머물 경우, 과거의 이익 하향조정 폭만 고려해서 환산했을 때 코스피 지수는 2500이 지지선”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혼란이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축을 △미국 경기 둔화, 즉 인플레 피크아웃 △중국 경기 회복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 등으로 꼽으면서 “이번 주가 급락은 미국의 인플레 피크아웃 시기가 미뤄진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스피 반등 시기도 그만큼 미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 반등에 대한 시각까지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인플레는 순환적 경기둔화를 반영해 하반기엔 피크아웃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