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부담을 인하하겠다는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늘렸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유·무선 통신과 유료방송을 묶어서 싸게 판매하는 결합상품에 대해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결합상품으로 인해 연간 고객에게 돌아가는 요금할인 규모는 약 1조3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세계적으로도 방송과 통신간 결합판매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자칫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통신상의 정부규제가 소비자에게 가져올 효과를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통법에 이어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해서도 규제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였다. 바른사회는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통신상의 정부규제 소비자에 득인가 실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통신상의 정부규제, 소비자에 득인가 실인가?
1. 정부의 통신사 약탈가격 규제논리는 정당한가.
약탈가격 전략이란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경쟁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약탈하기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현재 통신사간 결합상품 규제에 대한 논의는 SKT진영이 유무선결합상품의 할인율을 늘림으로써 다른 사업자들의 시장고객을 자사로 흡수하는 경영전략이 정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장의 자유경쟁원리로 보자면 이러한 문제는 순수하게 서비스 사업자의 자기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라는 문제는 사실 수요자의 주관적 효용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급자의 기업가정신으로부터 결정된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구매 방식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약탈가격 경쟁이 시장에서 벌어진다면, 그것은 한 기업이 수요자가 낮은 가격에 결합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만일 한 공급자가 그러한 수요가 없는데 이를 착각하고 서비스했다면, 그것은 다른 공급자에게 고객을 확보활 기회가 된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서 기업들이 약탈가격 전략을 구사하든 말든 관여할 바가 아니다.
▲ 지난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통신상의 정부규제가 소비자에게 가져올 효과를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통법에 이어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해서도 규제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였다. 사진은 바른사회가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통신상의 정부규제 소비자에 득인가 실인가?' 토론회의 전경이다. |
약탈가격 전략은 사실상 그것이 기업들의 현실적인 경영전략인지 확실치 않다. 약탈가격을 구사하려는 기업은 상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때까지 그렇게 해야하지만, 그런 전략으로 당기손실이 누적된다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전략이다.
더구나 SKT입장에서 KT와 같은 버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무기한 약탈가격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합리적 경영결정이 아니다. 만일 SKT가 결합상품 할인율을 타사보다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할 만한 경영적 조건, 즉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정부의 ‘약탈가격’이라는 관점은 의문스럽다.
만일 SKT의 유무선 결합상품 정책이 약탈가격이 아니라면, KT나 LGU+는 거기에 맞는 구조정이나 신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 조건에 놓이게 되고,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참여하면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 단통법으로 인해 스마트폰 구매·판매 시장에서는 어떤 이통사도 다른 이통사를 상대로 '자신의 패를 숨기는' 경쟁적 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이에 더해 결합상품까지 규제하려고 한다. 사진은 영화 '타짜'의 한 장면. |
2. 통신요금 할인을 위해서는 통신요금의 정부승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만일 정부가 소비자의 후생적 관점에서 통신요금의 인하를 유도하겠다면, 현행과 같은 통신요금 승인제를 폐지해야 한다. 현재 이통사의 통신요금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책정요금을 정부가 승인함으로써 버금 사업자들이 선도사업자의 요금을 따라가는 담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만일 이통사 간에 통신요금이 자유화되고 담합을 규제한다면 이통3사 간에 통신요금 경쟁은 촉발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그러한 요금인하 경쟁은 이통3사 간에 어느 수준에서 평형상태를 이루게 되기 마련이다. 서비스 품질에 자신이 없는 업체의 가격은 싸고, 품질이 높은 업체의 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소비자 효용에 맞는 선택지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불만도 사라진다. 동시에 품질이 떨어지는 업체는 기술개발과 서비스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3. 단통법 규제 실패가 보여주는 규제의 나선구조
정부의 단통법 규제는 소비자, 통신사, 제조사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비자로서는 단말기 구매부담이 높아졌고, 제조사는 신형단말기 판매가 부진해 졌다. 통신사의 경우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마케팅비용이 줄어든 만큼 서비스개발에 대한 니즈가 적어져서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렇듯 정부의 단통법은 이미 예상대로의 결과를 낳았지만, 정부는 규제실패를 인정하고 폐지하기 보다는 규제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예크는 ‘규제의 나선형 구조’라고 불렀다. 실패한 규제가 더 큰 규제를 낳고, 그러한 규제가 다시 실패함으로써 규제는 결국 나선구조로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현재 정부는 단통법에 이어 결합상품 규제를 통해 규제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하고 있다. /사진=컨슈머워치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통신서비스 시장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다.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는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기업의 공정성은 시장의 질서가 그 공시기능을 하게 됨으로써 악덕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될 경우, 규제가 주업무인 관료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되는 문제점이다. 예산과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정부 관료조직은 통신시장에서 규제요건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려고 들게 된다. 그것이 반시장적 정책을 만들게 되는 요인이 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라면 시장이 문제의 해결방법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