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전쟁에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던 한국과 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한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중 양국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중 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는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공식 기념행사를 동시에 각각 개최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를 대독할 예정이다.
서울 포시즌스호텔과 베이징 조어대 17호각에서 개최되는 양국의 공식 기념행사는 외교장관이 주빈으로서 정부 관계자들이 초청되어 정상 서한 대독, 축사, 케이크 커팅 등 거의 동일한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조어대 17호각은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서명식이 이루어졌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지만 지난 10주년과 20주년을 한중 양국이 함께 기념한 것과 비교할 때 이번 30주년 기념행사는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중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킨 사드 문제가 수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사드 사태’로 인해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사업 대부분을 철수해야 했으며, 비공식적으로 단행된 ‘한한령’(한류 제한령)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수교 후 30년동안 한국의 대중국 교역량은 47배 늘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입국(25.3%·22.5%)이 됐지만 사드로 인한 균열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20%를 찍었던 삼성전자 휴대폰 점유율은 지난해 1%미만으로 추락했으며,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줄어들어 1.8%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달 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5월과 6월에 이어 석달째 적자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2.8.9./사진=외교부
3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2년 8~10월 이후 처음으로 현재 마지막 남은 수출 효자상품인 반도체마저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미국이 이끄는 반도체 동맹인 ‘칩4’(미국, 일본, 한국, 대만)가 뇌관으로 떠오른 것으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1280억 달러 가운데 중국·홍콩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해 우려가 커진다.
되돌아보면 한국과 중국은 1992년 탈냉전 시기 수교를 맺어 특히 경제협력과 인적교류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바야흐로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신냉전 문턱에서 30주년을 맞았다. 사드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는 것도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아 한중관계의 미래가 불확실한 전환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윤석열정부는 민주주의 가치 연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태도는 지난 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국은 문재인정부에서 나온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자 군사동맹 불가)에 더해 ‘1한’(사드의 운용 제한)까지 공식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중관계가 과거 미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국제환경과 맞물려 발전했던 것처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는 미중 전략경쟁이란 신냉전 시기를 맞아 이젠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진핑 체제’는 더 안정될 것이고, 이웃국가이자 통상국가인 중국이 강대해질수록 한국에 주는 위협 역시 더 강해질 것이므로 이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어 있는 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제재를 풀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면서 “과도한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성을 낮추고,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에 기대하는 수준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 어느 강대국과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므로 중국과 근본을 잘 지키면서도 화(和)와 친(親)을 추구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