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핵에 대응할 다른 무기를 갖는 것이 통일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통일부가 주최한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의 확장억제전략만으로 북한 핵이 막아질지 우려가 있다. 현재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핵우산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오지만 동시에 우리도 북한에 대해 비대칭무기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완전히 중단시킨 대북 심리전도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을 볼 때에도 심리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협상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던 강 전 장관은 “당시 평화통일 3대 원칙을 비롯한 중요한 안이 합의됐지만 중요한 원칙들은 완전히 실현된 적이 한반도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제안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은 북한에 달려있다”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만들 압박을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 내부에서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여러 가지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북한과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과 조언했다.
역시 기조연설에 나선 호르스트 텔칙 전 서독 헬무트 콜 총리 외교안보보좌관은 1960~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파워게임 속에 유럽이 했던 일련의 선택들을 소개하며, 오늘날 국제사회가 이를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주최해 3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에서 열린 2022년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1세션(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김병연 서울대 교수, 허문명 동아일보 논설위원. 2022.8.30./사진=미디어펜
그는 “안보와 데탕트(긴장완화)는 여전히 동전의 양면이다. 좋든 싫든 상대국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안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상대방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나 식량 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라”고 제언했다.
이번 포럼에서 제1세션에 참가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정부 때 진행된 비핵화협상에 대해 “북한과 비핵화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한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14년 전에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핵이 완성된 상황에서 추격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담대한 구상이라는 이름에 맞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현상 관리’에 적절한 정책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해나가는게 좋겠다”며 “왜냐면 담대한 구상을 실행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따르므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다 포함돼있고, 문제를 풀어나갈 의지와 방법이 잘 포함돼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끌어들일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과 대화가 쉽지 않지만 또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되는 법이므로 막상 대화의 문이 열렸을 때 잘 대응할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지난 비핵화협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한을 민족주의로 대하면 잘 될 것이란 착각이 대북정책의 완결성을 저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은 제재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 카드를 받아오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모든 제재를 다 풀어주면 남은 비핵화가 안 되므로 제재를 잘게 썰어서 비핵화와 교환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것이 충분히 담대하냐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