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여투쟁 수위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단순 규탄을 넘어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까지 헌정사에 기록을 남길 수준이다. 이에 협치 대신 대치의 기조가 팽배해져, 야당이 장외투쟁 카드까지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민주당 중앙당사를 향한 검찰의 압수수색, ‘이xx’ 막말 논란 등 협치 훼손에 정부여당의 사과를 촉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이에 민주당은 헌정사에 유례 없는 제1야당의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을 선택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피켓 항의와 침묵시위 등 형식은 사과 촉구였지만 내면에는 협치 종식에 대한 일종의 경고가 포함됐다. 특히 민주당은 발언 수위도 한층 끌어올리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위원들이 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 한 가운데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공동사진) /사진=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적인 지배만 남았다. 검찰독재, 그리고 공안통치가 판을 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협치 종식을 경고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고 신호에도 정부여당은 협치 대신 대치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은 선택이나 재량이 아닌 의무”라며 “민주당이 입법권을 당 대표의 범죄은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며 나무랐다.
그러면서 “사법의 정치화는 의회민주주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실종시키는 동시에 정쟁만 양상하는 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자극해 대여 투쟁이 장외로까지 확산되는 극한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핵심 주제가 ‘민생’이기 때문이다. 민생을 강조했던 민주당이 경제 위기 속 국회를 뛰쳐나가 정쟁에 몰두하는 것은 내로남불로 비춰져 장외 투쟁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검찰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 시도할 당시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재차 국감장으로 돌아온 것도 민생 이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장외 투쟁은 앞으로 (상황이)장기화 돼면 당연히 논의 될 것”이라면서도 “당장 장외로 나가 국회를 멈춰 세우자는 논의는 아니다”며 장외투쟁 가능성을 축소키도 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장외가 아닌 장내에서 예산안을 통해 정부여당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169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없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지연돼 민생경제 위기라는 지적이 나올 때 마다 협치 결렬의 책임을 전가 할 수 있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예산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