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KT의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반면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일반청약에서 약 5조원 규모의 증거금을 끌어 모으는 흥행 ‘대박’을 냈다. 주식시장 불확실성 급증으로 공모주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극과 극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규상장시장에서 상장 철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실적이 탄탄한 기업들의 경우 공모흥행 '대박'을 낸 곳도 있어 차이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규상장(IPO) 시장의 분위기가 종목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단 밀리의서재의 경우, 지난 9월29일 코스닥 상장 발표 뒤 한 차례 일정을 연기했다가 약 1개월 만인 지난 8일 결국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
밀리의서재는 최근 3년간 연간 1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익 미실현기업 특례상장제도(테슬라 상장)를 통해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발표 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작년 9월 KT그룹에 편입되며 분위기가 더 좋아졌지만 그 이후 시장 분위기가 표변하면서 지금까지 밀리의서재의 ‘가능성’으로 평가받던 많은 부분들이 ‘불확실성’으로 바뀐 모습이다.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논란이 플랫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확산시킨 영향도 없지 않았다.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가 대체로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하반기 IPO 기대주로 손꼽히던 2차전지 분리막업체 더블유씨피(WCP)의 경우 공모가를 희망밴드(8만~10만원) 하단보다 25%나 낮은 6만원으로 정하고, 공모물량도 720만주로 줄였음에도 상장(9월30일) 이후 주가가 급락해 여전히 5만원 안팎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등이 이미 상장을 철회한 상태다.
그렇다고 모든 IPO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 7일과 8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1384.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 대박을 냈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 중 최고 경쟁률이기도 했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2004년 출시된 리듬게임 '오디션'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개발사다. 상반기 연결 매출 357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 중이고, 이번 공모를 통해 약 289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청약증거금으로는 약 5조8억원이 모이며 이례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오는 1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밀리의서재의 상장 철회와 티쓰티엔터의 흥행대박은 지금까지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었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두 회사 사례 간의 차이를 보면 결국 가장 뚜렷한 대조점은 실적이었다”면서 “미래가치와 향후 성장성보다는 당장 실적이 나는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