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코인판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을 말한다.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코인판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FTX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13일(현지 시간) 바하마 당국은 파산 위기에 몰린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위법 행위 여부 조사에 나섰다. 바하마는 FTX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바하마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FTX의 붕괴와 바하마 내 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FTX 자회사 ‘FTX 디지털 마켓’의 잠정 청산에 대해 금융범죄수사과 조사팀이 바하마 증권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TX에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린 지 3일만에 위법행위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지난 10일 ‘FTX 디지털 마켓’의 자산을 보존하고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FTX는 지난 11일 대규모 인출 사태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파산보호 신청 직후 8700억원어치의 가상자산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해킹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
FTX는 채권자 수만 10만 명이 넘고, 회사 부채가 66조원에 이른다. 계열사 130여 곳이 파산 신청을 한 상황인 만큼 FTX가 최종 파산을 맞게 된다면,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근 꽁꽁 얼어붙은 가상자산 시장은 FTX 사태로 또 한번 된서리를 맞게 됏다. 실제 가상자산 업계는 테라·루나 사태부터 가상자산 대부 업체인 셀시우스의 파산, 블록파이의 유동성 위기까지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앞선 가상자산 시장 악재때 자금을 지원하던 FTX까지 무너질 조짐이 보이면서 이제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생존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띄워졌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미래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2위 코인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2~3일 만에 2만달러대에서 1만5000~60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면서 “FTX거래소의 파산과 이와 관련된 각종 리스크가 떠오르는 만큼 추후의 파산 또는 인수 절차 추이 등이 확인될 때까지는 시장의 경계심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이번 FTX 사태는 올해 5월 루나 사태, 6월 셀시우스&3AC 파산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 닥친 세 번째 주요 위기”라며 “가장 원만하게 수습되는 방법은 FTX 거래소 인수자를 찾거나 긴급 대출자를 구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FTX거래소가 인수 없이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그 파급력은 루나 사태보다도 훨씬 크고 기간도 장기화될 것”이라며 “직접적으로는 투자자의 손실이 우려되고 이 밖에 거래소 연쇄 파산, 이더리움·솔라나 등 가격 하락으로 인한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청산, 테더 등 스테이블 코인 붕괴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