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서 담당하던 보험소비자 민원을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민원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협회에서도 민원을 취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소비자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각 협회 제공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업권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보험분야 규제 개선방안 중 민간 주도 인프라 기능 제고 일환으로 보험협회 일반민원 업무분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상품구조나 판매단계가 복잡해 민원이 많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금융기관 유형별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최근 5년간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사 관련 민원은 37만862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에 대한 민원이 각각 17만5645건과 10만9632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보험민원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약관해석이나 이해 정도의 차이, 모집인을 통한 텔레마케팅(아웃바운드)식 판매 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고지·통지의무 위반이나 질문·건의 등 단순한 민원도 상당수다.
이처럼 민원이 많다 보니 해결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헙업법에서는 보험의 민원과 분쟁처리 등은 금감원만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감원의 제한된 인력으로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민원 처리기간은 2017년 16.5일에서 2020년 29일로 오히려 늘어났다.
금융위는 이를 감안해 단순 민원업무를 보험협회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단순 불만 사안을 비롯해 보험계약 및 보험료 관련 정보문의 사안 등이 주요 대상이다.
그러나 보헙협회는 보험산업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보험사에서 자금을 부담해 설립한 민간단체로 민원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등을 없애서 보험민원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감원이 손을 떼고 이익단체에 민원내용을 고스란히 넘겨줘 해결하라는 것은 황당한 해결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는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들어주지 않고 거부하거나 보험사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금감원 민원처리 절차나 방식, 기간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에서 이의 개선은커녕 보험민원 업무를 보험사 이익단체인 보험협회로 넘긴다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험민원을 이양하려면 차라리 순수 민간 기구인 ‘보험옴부즈만’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협회가 대형사 등 회원사 영향을 받지 않고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민원처리 공정성 및 중립성 확보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금감원에 민원이 치중되면서 처리 기간이 늦어져 소비자의 불만이 컸다”며 “이미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은 민원처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험협회에서 민원 처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