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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베이비스텝' 결정…'자금경색·경기충격' 부담

2022-11-24 10:33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에서의 자금경색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사진기자협회 제공.



한은은 24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3.0% 수준의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12년 7월(3.25%) 이후 약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한 배경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오르며 석 달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2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가스‧수도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지난달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친 것은 레고랜드발(發)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와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플레이션 흐름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나, 단기 자금시장 경색 및 국내 성장률 둔화 등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내년부터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미 여러 차례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도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위험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를 떠받들던 수출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액이 급감한 탓인데 당분간 수출 하락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557억 달러)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전년 대비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다.

내수 및 고용 전망도 어둡다. 3분기 우리나라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치며, 1분기 0.6%, 2분기 0.7% 등과 비교해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취업자 수 증가폭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관측한 바 있다.

여기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방침 등도 한은의 긴축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재확인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7%로, 여전히 높긴 하지만 9월 상승률(8.2%)은 물론 시장 예상치(7.9%)를 밑돌았다. 상승률이 7%대로 내려온 것도 올해 2월(7.9%) 이후로 처음이다.

한편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2.1%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대 성장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1%로 전망하며, 지난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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