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 자금시장이 급속하게 경색되면서 증권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사가 참여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 자금시장이 급속하게 경색되면서 증권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BCP 프로그램 가동으로 최근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어려움에 처한 증권사 5곳이 약 3000억원의 1차 지원금을 받게 됐다. 지난 23일 금융투자협회는 대형 증권사 9곳 등이 참여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이날부터 본격 개시한다고 예고했다.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설립됐다. 이 SPC는 내달 2일까지 차환 만기가 돌아오는 ABCP에 대한 매입 신청을 접수했다. 5개 증권사가 총 2938억원어치 ABCP를 사달라고 신청했으며, SPC는 신청물량 전액을 사기로 했다. 증권사별 매입 한도는 2000억원이다. 향후 주관사 3곳(메리츠·한국투자·NH투자증권)이 매주 단위로 차환 물량에 대해 신청을 받아 매입할 예정이다.
이번에 금융투자업계 차원에서 마련된 1조8000억원 규모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한국투자·NH투자·KB증권 등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모은 4500억원(중순위 25%)에 산업은행·증권금융이 각각 4500억원씩(선순위 25%)을 더했다. 여기에 PF ABCP 매입을 신청하는 증권사가 나머지 4500억원(후순위 25%)을 마련하면서 모양새가 갖춰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여파로 생긴 증권업계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내년 5월 말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의 PF ABCP 매입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제2 채안펀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이번 프로그램에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가동됐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사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먼저 나서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를 상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프로그램 가동에 즈음해 “일부 기관투자자와 법인 등이 시장 불안을 우려해 과도하게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만큼 과도한 환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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