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3월 김경배 사장과 새로운 시작을 알린 HMM이 호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인정받아 기업신용평가등급이 두 단계 상승하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민영화를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KDB산업은행 역시 매각작업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수년간 체질개선을 통해정상 기업으로 거듭난 만큼 해운업호황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24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로부터 기업신용등급 'A-'(안정적)를 받아 기존 'BBB'에서 두 단계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공시 자료를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시장지위 확보 △업황 변동에 대응 가능한 우수한 재무구조와 충분한 재무완충력 보유 △수급 악화로 실적 저하에도 불구, 우수한 재무안정성 유지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용등급 상향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한기평은 "글로벌 얼라이언스 멤버로서의 안정적인 시장지위와 풍부한 재무완충력을 기반으로,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저하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HMM은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유가 상승 등 매출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컨테이너 시황 강세, 수익성 개선 노력, 주요 화주 영업 강화 등을 통해 누적 영업이익률 57.7% 달성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15조589억 원, 영업이익은 8조6867억 원, 당기순이익은 8조6701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산은은 이런 흐름에 있는 HMM을 매각하기 위해 주요 기업과 연이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연관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자금력을 갖춘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CJ그룹 △SM상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물류나 철강과 같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LX판토스나 현대글로비스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고, 포스코는 해운업에 다시 진출하게 된다.
산업은행이 HMM의 조기 매각을 저울질하는 것은 기업과 해운업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HMM은 2020년 영업이익 9810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최근까지 우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올 3분기에도 매출은 5조1062억 원과 영업이익 2조6010억 원 등의 성과를 냈다.
따라서 산업은행도 HMM의 상승세가 꺾이기 전에 매각을 성사해 공적자금을 최대한 거둬들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앞서 "HMM이 정상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하는 게 은행의 원칙에선 맞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은 해운시장에 불황이 들이닥친 2016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관리해왔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는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 산업은행은 연초 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의 HMM 공동관리 체제를 마무리함으로써 민영화를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관건은 자금력을 갖춘 인수자가 등장하느냐다. 산업은행과 해진공,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들고 있는 HMM 지분이 46%에 달하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규모도 2조7000억 원에 육박해서다. 일각에서는 HMM의 매각 가격이 10조 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이에 올해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김경배 사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사장의 취임이후 HMM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5년 간 1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HMM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은 다짐했다.
◇HMM서도 기대되는 '김경배 매직'
김 사장은 HMM 매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해외기업이 아닌 국내기업에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 사장은 '물류통'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영 역량은 물론 조직관리 능력과 전문성 등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채권단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이 현대차그룹 '장수 CEO'로 남을 수 있던 배경에는 뛰어난 통찰력과 과감한 추친력, 탁월한 사업수완이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앉은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도 그의 경영능력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3조1927억 원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8조 원을 돌파했다. 2012년에는 사상 최초로 매출 11조 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이 현대글로비스를 떠나기 전 달성한 마지막 매출은 16조 원으로, 그가 취임한 첫 해와 비교할 때 412% 넘게 성장한 수치다.
더욱이 HMM이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상승곡선을 유지할 적임자였다. 2020년 현대상선에서 사명을 변경한 HMM은 그해 영업이익 9808억 원으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물류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5배 성장한 7조3775억 원을 기록했다.
HMM은 올해 상반기에도 6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부채비율 역시 45.7%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업체들과의 접촉과 관련해 "사전 수요조사 차원에서 여러 후보 기업과 접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