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스피 3000 주변에서 화려하게 개장한 2022년 국내 증시는 결국 단 한 번도 연초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5월 취임하며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한 번 형성된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었다.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실망과 시장 이탈, 연이어 터진 가상자산시장 악재, 신규상장(IPO) 시장 침체, 증권업계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이 가득 했던 올 한 해 증권시장의 주요 뉴스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2022결산-증권②]‘따상 열기’ 어디로…IPO시장 침체 국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는 된서리를 맞았다. 증시 부진 속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IPO를 추진하던 상당수 기업은 상장 철회 수순을 밟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이제 내년 IPO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는 IPO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해 IPO 시장이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으로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는 IPO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 기업 수는 71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삭 내려앉은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이 사상 최대인 91개(스팩·재상장 등 제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20개나 줄어든 셈이다.
올해 IPO 시장에 마침표를 찍은 기업은 동물용 질병 진단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바이오노트’다. 올해 리츠를 제외하면 네 번째 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인 바이오노트는 당초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여겨지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공모 규모로도 하반기 최대 수준으로 꼽혔지만, 결국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진 못했다. 지난 14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경쟁률이 14대 1 수준에 머물렀다.
앞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도 한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바이오노트는 공모가를 기존 희망밴드 하단(1만8000~2만2000원)의 절반 수준인 9000원으로 확 낮췄음에도 인기몰이에는 실패했다.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3.29대 1이었다.
올해 초 청약 증거금 114조원을 넘게 모으며 IPO 사상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초라한 마무리다.
IPO 준비 도중 상장 철회를 한 기업도 13곳이나 된다.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커머스, 현대오일뱅크, 밀리의서재, 바이오인프라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기업들 역시 수요 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포기했다.
가까스로 시장에 입성한 기업일지라도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로 마감)에 성공한 기업은 케이옥션, 유일로보틱스, 포바이포 등 3곳에 불과하다. 전체 상장 기업 수의 4%만이 ‘따상’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하반기 들어서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에서 결정짓는 기업도 늘었다. 대신증권의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공모가가 희망 밴드 하단 밑으로 결정된 기업은 전체 공모주의 15.4%에 불과했으나 올 3분기 36.8%로 급증했다. 4분기에는 50%까지 늘어났다. 최근 5년간 IPO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올해 IPO시장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내년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2023년에도 이렇다 할 반전 드라마는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IPO 시장의 자금 조달 기능은 현저히 저하됐다”면서 “IPO 시장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