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긴축이 심화됐던 한 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여파와 국내 높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신과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졌고,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됐다.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 부문 이익이 크게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속 '관치금융' 부활 우려도 감지됐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조용병 회장이 연임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깨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되면서 신한금융이 '세대교체' 작업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며 '관치금융' 논란이 금융권 안팎의 우려를 키웠다.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제공.
◇'고졸신화' 진옥동…신한금융 세대교체 물꼬=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진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그동안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조 회장은 그룹의 세대교체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용퇴를 결정했다.
진 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데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은행장은 일본에서만 18년을 근무한 '일본통'으로 꼽힌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진 은행장의 SBJ은행 법인장·신한금융지주 부사장·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은행장은 덕수상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거쳐 중앙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신한은행에서 근무를 시작한 진 은행장은 1997년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 지점으로 발령받아 2008년 오사카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인 SBJ은행 법인장을 역임했다. 진 은행장은 SBJ은행 근무 당시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SBJ은행을 고속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조 회장의 연임을 점쳐왔던 금융권에선 예상을 뒤엎은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신한금융이 그룹의 세대교체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에 방점을 둔 인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룹의 미래와 세대교체를 위해 전격 용퇴를 결정한 조 회장도 회추위 최종 면접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 후보군에 좋은 후배들이 많이 올라와서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책임에 대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체제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는 게 조직에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수장 인사 둘러싼 '관치금융' 우려= 임기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사 CEO 인사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외풍’ 논란에 불을 더욱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중징계를 받은 이튿날인 지난달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한 관치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입장으로 CEO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금융권 전반에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현재 우리금융 차기 회장으로는 조준희 전 YTN 사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국무조정실장은 대표적인 '관치 인사'로 분류된다. 이 전 국무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 합류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지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