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올 한해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고금리로 전환하면서 지급여력(RBC)비율이 크게 하락했으며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의 수입보험료도 줄어들었다. 또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번복으로 유동성 불안이 심화되기도 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호실적을 거뒀으나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대 인하하기로 하면서 다시 손해율이 상승할까 우려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또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고 과잉진료 단속에 나서는 등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급락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은 보유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자본금이 줄었고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RBC 비율은 부채(요구자본) 대비 자산(가용자본) 비율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며 금감원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NH농협생명의 올 3분기말 RBC비율은 107.28%로 전년 동기 대비 115.38%포인트 하락했다. DGB생명은 113.1%로 전년 동기 대비 91%포인트 떨어졌다. 푸르덴셜생명도 250.2%로 전년 동기보다 105.5%포인트, 신한라이프는 266.7%로 31.65%포인트 낮아졌다. 한화생명 또한 157%로 직전 분기보다 10.6%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상승에 증시 침체가 이어지자 생보사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반면 손보사들은 손해율 하락,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78억원(20.3%) 줄었다. 보험료수익 감소 등으로 보험영업손익이 악화됐고,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자산 처분손익 감소 등으로 투자영업이익도 줄었다.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77조68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5546억원(5.5%) 감소했다. 이는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이 각각 6.0%, 29.8% 감소한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에서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자 저축보험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푸본현대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한화생명 등은 4~5%대 금리의 저축성보험을 내놨으나 최근에는 금리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 행정지도에 따라 금리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변액보험 또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변액보험은 보험과 펀드를 결합한 형태로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었을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올해는 증시가 침체 국면에 놓이면서 수입보험료가 급감했다.
손보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785억원(22.3%) 증가한 4조8175억원을 기록했다. 장기보험의 손해율 하락 등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됐고,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이익이 증가해 투자영업이익도 늘었다.
다만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대 인하하기로 한데다 정비업계의 공임비 인상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내년에는 손해율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 급증으로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자 손보사들은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에 대한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했다. 또 브로커를 통한 환자 알선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했다.
또 내년 실손보험료는 평균 8.9% 인상된다. 당초 업계는 실손보험 적자가 3조원에 육박한다며 10%대 인상을 주장했으나 당국과 정치권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한자릿수 인상으로 물러섰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