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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인·태전략, 한미일 협력 질서구축·중국과 공동이익 추구

2022-12-28 18:11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28일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는 한미일 3자 협력으로 인도·태평양지역 질서를 구축하고, 중국을 포함한 인·태지역 파트너국가들과 함께 공동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반대를 위해 협력하며, 북한 비핵화 실현 및 북한의 제재 회피 차단을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과제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윤석열정부의 인·태전략은 글로벌 중추국가 기조 아래 우리의 역내 기여 및 역할을 확대하고, 협력 범주를 인도양 연안 및 아프리카로까지 확장하며, 인·태지역을 대상으로 유럽 및 중남미와 연계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3자 협력 및 한·미·호 3국 협력, 아·태 파트너 4개국 협력을 통해 인·태지역 질서를 구축하고, ‘담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노력하며,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나토 및 쿼드와 협력,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인·태지역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체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대한민국이 인·태지역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역내 인권증진에 노력하고, 역내 민주주의 토대를 구축하며, 해양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정보공유 등 사이버위협 대응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정부개발원조(ODA) 규모를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확대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한 역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문화교류를 통한 공동의 역사인식을 발전시키고, 730만 재외동포들도 인·태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역할하도록 노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인·태전략 설명회에서 “한반도 분단 이래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현안은 대북 문제였다”며 “하지만 이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전략적인 지평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안정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호국가 및 북태평양·동남아·남아시아·오세아니아·인도양의 아프리카 국가·유럽·중남미의 파트너국가와 함께 인·태전략의 공동의 도전과제에 대응해나가기 위해 협력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전략 설명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2.28./사진=외교부


박 장관은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면서 아시아의 역동적인 선도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우리나라의 새로운 외교 지향점으로 제시했다”며 “오늘 발표한 인·태전략은 이러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근간으로 한다. 지역 및 글로벌 도전에 대응해나가는데 있어서 우리 역할을 확대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태지역은 세계 인구의 65%, 세계 GDP의 62%, 무역의 46%를 차지해 경제적·기술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또 인·태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8%, 수입액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20대 교역 대상국의 과반수가 위치하고 있고, 우리의 해외 직접투자 66%가 이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는 인·태전략에서 중국을 포함시켜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태전략의 주요 원칙은 포용, 신뢰, 호혜로서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 구상이 미국의 인·태전략과 차이라면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경제적으로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갖고 있는 나라이고, 그래서 중국과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인·태지역에서 중국을 보편적 가치 및 규범에 도전하는 현상변경 세력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파트너로 삼아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지금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어떤 포지션인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리가 어젠더 세팅을 주도해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한국판 인·태전략 성안 과정에서 “중국과도 소통해왔다”고 전했다.

윤석열정부는 중국을 파트너 국가로 인정하면서도 한미일 협력으로 지역의 질서를 구축한다고 선언했다. 더구나 나토, 쿼드 등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협력 목표가 포함돼있어 ‘한 보고서 안에 모순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태전략 보고서에 중국이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끼인 국가로서의 고심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외교축이 동북아에서 인·태로 넘어갔으며, 유사입장국의 협력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인·태시대의 동북아지역 협력과 한국의 외교전략’ 주제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리적인 범위보다 국익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동북아라는 지역 설정보다 어느 나라와 협력할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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