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문화평론가 |
국가기간방송다운 풍토부터 만들어야
“여야 정치권도 인상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회는 정파적 이해 등을 배제하고 공영방송의 미래와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수신료인상안을 즉각 처리해야 할 것이다. 조대현 사장을 비롯한 KBS경영진은 6월에도 수신료 인상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성명은 국회와 조대현 체제의 경영진에 짐짓 으름장까지 놨지만, 자기들끼리 해보는 소리임은 물론이다. 국가기간방송이 이렇게 목매고 있는 수신료 인상, 과연 그게 정당할까? 해법은 무얼까?
사실 수신료 인상은 일리가 없지 않다. 수신료는 1980년대 초 이래 무려 35년째 2500원으로 묶여있는 사이에 방송제작비는 수 십 배로 뛰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과 UHD방송 등에 막대한 재원이 투자되고 있다. 게다가 급성장하는 중국방송자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저들이 우리 제작사를 인수하는 새로운 움직임인데, 이러다가는 한류를 중국에서 제작하고 우리가 수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엄살만은 아닐텐데, 필자의 판단은 이렇다.
인력, 재정 및 회계의 완전 분리만이 답이다
▲ 조대현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논란 속의 시청료를 올리긴 올려야 한다. 지금의 KBS가 비정상적 구조 속에서 방만하고 구태 경영을 해왔다는 것, 그래서 조직은 턱없이 커졌지만, 국가기간방송다운 풍토에 거리가 있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올리긴 올려야 한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성향이 다른 노조와 노조 사이에서는 아직도 시퍼렇게 날이 선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고, 공사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무한책임을 져야할 경영진은 주인 없는 회사 KBS에 얹힌 채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청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시청료 인상에 동의하는 건 국가기간방송이란 소중한 사회 인프라만은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싸늘한 사회 분위기에서 KBS가 시청료에 목매는 모양새는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시청자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자구노력을 병행하는 게 필수인데, 그중 핵심의 하나가 KBS1 채널, KBS2 채널의 인력, 재정 및 회계의 완전 분리다. 명쾌하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1채널은 순수하게 수신료 수입으로, 오락성을 추구하는 2채널은 광고수입으로 분리 운영하면 된다.
쉽게 말해 시청자 중에는 낙오지의 극빈자층도 당연히 포함돼 있을텐데, 왜 그 분들이 준(準)조세 성격의 시청료를 내서 KBS2의 웃고 떠드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제작비용으로 대줘야 하는가? 출연료 비싸다는 연예인, 그들의 지갑을 왜 서민층이 채워줘야 하는가? 이건 아니다.
물론 KBS는 KBS1 채널과 KBS2 채널 사이에 분리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지금처럼 숭구리당당 넘어가는 방식으론 안된다. 차제에 불투명한 구조를 모두 걷어내야 하며, 인력, 재정 및 회계의 완전 분리만이 답이다.
그래야 방만한 경영과, 큰 조직 속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경영합리화을 위해 경영층에서 큰 고민을 하고 총체적 지혜를 짜내는 모습을 지켜보길 우리 시청자들은 원한다.
그게 대한민국 국민이, 시청자가 양해 가능한 KBS의 모습, 아니 정상적인 국가기간방송의 태도가 아닐까? 사실 KBS1 채널, KBS2 채널의 인력, 재정 및 회계의 완전 분리가 가져올 효과는 크다.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 탓에 직원 대부분을 공채로만 채용하여 이른바 기수 문화, 순혈주의에 입각하여 초록은 동색의 집단정서를 재생산하는 구조도 장기적으로 막을 수 있다.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국가기가방송이 거듭날 때 몇 년만 근무하면 연봉 1억 원이 넘어가는, 주인 없는 회사 특유의 방만한 경영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은 KBS1 채널, KBS2 채널의 분리는 임기 몇 년짜리 이사장과 이사진 그리고 사장이 쉽게 해낼 순 없다. 그럼 무엇이 더 필요할까? 진정한 공영방송, 국가기간방송을 만들어내기 위해 방통위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짜내고 국민적 합의 속에 이뤄야 할 숙제 중의 하나다.
정파적 이해를 벗어나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지금 상황은 만만치 않다.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목표는 사회에 제대로 기여하는 방송,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 그리고 엉뚱한 선동질과는 거리를 둔 방송의 정상화인데, 이걸 위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