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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유도- 공원으로 되살아난, 신선이 놀던 섬

2023-02-19 10:13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선유도(仙遊島), 신선이 놀았다는 섬을 뜻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에 있는 선유도는 본래 섬이 아니라 선유봉(仙遊峰)이라는 작은 봉우리였고, 조선시대 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1925년 대홍수(大洪水) 이후 제방을 쌓고 길을 포장하기 위해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하면서, 깎여나가 섬이 됐다고 한다. 해방 후 1965년 섬을 관통하는 양화대교(楊花大橋)가 건설된 데 이어 1978년 '선유정수장'이 생기면서,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되고 말았다.

선유정수장은 2000년까지 영등포 등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다가, 다른 정수장(淨水場)과 통합돼 이전하고, 이곳은 2000년 12월 폐쇄됐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새 서울, 우리 한강 사업'의 일환으로 공원화 계획을 수립, 164억원을 들여 시민공원으로 꾸몄다.

바로 2002년 4월 개장한 서울 시립(市立) '선유도공원'이다.

양화한강공원과 선유도공원을 잇는 '선유교'가 보인다./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폐기된 시설을 재활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로써, 정수장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걷어내고 환경생태공원(環境生態公園)으로 꾸몄다. 부지 면적은 총 11만 400. 조경가 정영선과 건축가 조성룡이 대표 설계자며,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중 하나다.

'선유도 이야기관'은 2013년 10월 한강역사관을 재개관한 곳으로, 선유도가 간직한 옛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 속 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송수 펌프실 건물을 보수해 만든 전시관으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면적은 1151이다. 한강 유역의 지질, 수질·수종·어류·조류·포유류 등 생태계와 한강 지도, 시민들의 생업, 한강변 문화유적, 무속신앙(巫俗信仰) 등 생활상을 보여준다.

한강의 나루터 분포도와 교량·상하수도·댐과 한강 유역의 수해 등 한강 관리의 역사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황포 돛배와 한강수계도를 그래픽과 사인으로 선보이는 곳과 멀티미디어 정보갤러리, 휴게실, 만남의 공간도 있다.

또 수생식물원(水生植物園)에는 물봉선과 쇠뜨기·수련·검정말 등, 각종 수생식물 1만여 본이 심어져 있다.

선유도에서 본 한강과 마포 일대/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선유도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시간의 정원'이다.

세로 41깊이 5m 규모의 침전지(沈澱地) 2곳을 재활용한 것으로, 이곳이 한때 수원지였음을 보여준다. 물을 모조리 뺀 침전지 콘크리트 구조물들 사이로 각종 나무와 꽃들을 심고, 그 위로 통로가 종횡으로 이어지며, 군데군데 계단을 설치해 위에서 조망할 수도 있다.

특히 기둥의 칙칙한 색깔과 거친 표면, 불규칙한 선이 각종 식물들과 절묘하게 어울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다. 옛 시설을 그대로 유지했기에, 아무 장식 없이 노출된 구조물들과 식물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석 규모의 원형극장과 카페테리아 '나루' 등 부대시설도 들어섰고, 자작나무 숲과 미루나무 길도 조성돼 있다.

2동으로 이루어진 유리온실(琉璃溫室)에는 선인장 등 다육식물과 연꽃 등의 수생식물들을 심어놨으며, 과거 정수장이 있었던 곳 답게 식물들의 수질 정화 작용을 볼 수 있다.

공원에는 양화대교 외에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한강시민공원(漢江市民公園) 양화지구와 선유도를 잇는 너비 3~14m, 길이 469m의 보행전용 교량인 '선유교'도 설치돼 있다. '무지개다리'로도 일컬어지는, 아치형의 멋진 다리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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