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혁신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범한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부진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현재 온라인 금융 사기와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금융안심보험’만 판매하고 있는데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10월 2건, 11월 3건 등 총 5건(단체 기준)에 그쳤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전부터 막대한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업계를 뒤흔들 메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445억원을 기록했는데 카카오페이손보·카카오페이증권 등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지난해 실적은 27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지난해 카카오증권·카카오손해보험 등 자회사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20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을 품으면서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연간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1년에는 사옥 매각 효과로 207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일회성 비용 효과가 사라지면서 적자 전환됐다.
신한EZ손해보험도 지난해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76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7월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뒤 16번째 자회사로 출범시킨 곳이다.
지난 2019년 출범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20년 381억원, 2021년 6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3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66억원 늘었다.
최근 캐롯손보의 대표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누적 가입건수가 100만건을 돌파하기는 했으나 시장점유율이 1%대 수준으로 올해 흑자 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보험사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단기소액보험, 자동차보험 등 수익성이 낮은 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또 비대면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보험시장은 여전히 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영업에 한계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액 및 단기보험, 자동차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암보험, 종신보험 등과 같은 장기인보험을 판매해야 하는데 장기인보험의 경우 보장 내용과 약관 등 설계사의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 설계사 없이 비대면으로는 판매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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