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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행정부 마비' 혼란 초래 불보듯

2015-06-14 10:4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지난 5월 29일 새벽, 국회는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무원연금개혁법안과 무관한 법안을 함께 통과시켰다. 행정입법 수정 권한에 대한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문제의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을 비롯한 행정입법이 모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때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골자다. 이를 두고 국회 내에서 여야 간에, 국회와 정부 간에 위헌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위헌논란의 법적 토대와 근거를 살펴보고, 향후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바른사회는 지난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행정입법 수정권한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기 변호사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차기환 변호사와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패널로는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와 김정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하여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아래 글은 김정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김정현 연구위원은 토론을 통해 “강제규정, 처벌규정, 단속규정 등을 두는 것이 행정기관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위헌논란을 떠나 정부의 마비현상이라는 실제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1.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

2015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15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
현행 국회법의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중앙행정기관의 長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를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하였다. 또한 결과 보고 이전에 ‘처리하고’라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즉, 기존에는 소관상임위원회가 행정기관의 장에게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된다는 점을 통보할 수 있는데 그쳤다면, 국회법개정안은 소관상임위원회에게 수정요구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처리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소극적 시정요구권(통보)’을 ‘적극적 시정요구권(수정·변경 요구)’으로 강화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2. 위헌론과 합헌론의 주요내용

이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위헌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헌론의 주요내용은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독점입법원칙이 아닌, 국회중심입법원칙에 따르기 때문에 행정부는 행정입법권을 갖는다”, “‘수정변경 요구권’은 수정변경지시이고, 정부는 그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지시이행의 의무만을 지게 되기 때문에 지시복종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는 헌법이 부여한 행정부의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부인하는 것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합헌론의 주요내용은 “시행령 제정은 국회가 위임한 한도 내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입법기관인 국회가 어떤 시행령이 국회가 위임한 한도 내에서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는 규정이므로 위헌으로 보기 힘들다”로 대표된다.

결국 국회의 ‘시행령 시정 요구권’에 강제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위헌논란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현재 여야간에도 강제성이 있는지가 쳠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3. 강제성의 인정 여부

의무자가 국민인 경우에는 해당 법률에서 직접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하거나 인허가 취소,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규정을 둔다. 그러나 의무자가 행정기관 또는 행정주체인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등의 제재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다.

이는 법집행기관인 행정기관이 법률상의 의무를 행하지 않을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힘들고, 처벌규정을 두는 것이 행정기관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국회법 개정안, 행정부 마비라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위헌논란을 떠나 강행규정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개별법에 제재규정을 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행정기관이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형법상의 직무유기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고,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국가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행정기관이 헌법상 탄핵대상의 기관인 경우에는 탄핵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무자가 국민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제재규정의 유무에 따라 단속규정인지 훈시규정인지가 판단될 수 있겠으나, 의무자가 행정기관인 경우에는 강행규정·단속규정인지 훈시규정인지 여부가 단순히 제재규정의 유무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취지 및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기존의 법문언상의 표현을 바꾸어 국회상임위원회가 단순한 통보가 아닌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처리 계획 및 그 결과가 아닌 처리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점으로 봤을 때 강행규정으로 개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처리하고’에 ‘수용거부 방침을 밝히는 것도 처리’에 포함된다는 해석상의 논란은 여전히 남을 것이고, 이는 구체적 사건이 문제되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있다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른 적절한 행정입법인지를 검토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개별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입법형식이라고 본다. 현재 국회법개정안에서처럼 소관상임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관련상임위원회와 의견이 다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위헌논란을 떠나서 행정부의 마비현상이라는 실제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김정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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