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여당은 메르스 사태를 비롯한 각종 산적한 국정 현안을 들어 황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시작 시점인 18일에 하루 앞선 17일을 ‘인준안 표결 처리 마지노선’으로 삼아 직권상정에 의한 여당 단독처리 방침까지 피력했다.
▲ 사진=MBN 뉴스 캡처 |
대한민국의 비극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질병 이슈까지 모조리 ‘정치’라는 카테고리로 빨려 들어간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들의 공포를 잠재우려 애쓰고 있건만, 그런 정부의 불완전함을 ‘찬스’로 삼아 야당은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야당이 공격에 나서는 명분은 언제나 ‘국민들의 건강’이다. 실질적인 치사율이 10%에 육박하는 메르스의 공포 속에 내던져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부, 믿을 수 있는 여당이 되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메르스 초기대응에 상당 부분 부족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극단적인 예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다만 황교안 총리 후보에 대한 야당의 공세적 태도는 기존의 ‘국민 걱정’과는 다소 배치되는 모습이라 그 논리적인 모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의 공백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연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즉 ‘2인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활동에도 어느 정도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황교안 총리후보에 대한 지나친 ‘발목 잡기’는 청와대의 국정 운영 그 자체에 대한 훼방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 황교안 후보자는 이미 법무부장관으로 약 2년 3개월 동안 활약한 인사다. 임명 당시에도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며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다시 한 번 청문회 절차를 밟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긴 하겠으나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태도 속에 임명이 늦어진다면 국민들의 의아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멀쩡하게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하던 사람에게서 이제 와 엄청난 흠결이 발견된다 한들 야당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때는 메르스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는 시기다. 야당은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나친 비타협적 태도를 거두고 그에 대한 임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법정처리 시한마저 이미 넘어간 상황에서 더 이상 메르스 사태의 ‘컨트롤 타워’를 공백 상태로 둘 순 없지 않겠는가.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