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며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이 뚜렷해지면서 완성차 업계가 아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완성차 업체 중 배터리 내재화의 선봉장 격을 맡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국내 양극재 소재 업체 엘앤에프와 내년부터 2025년 말까지 2년 간 하이니켈 양극재 6만~7만 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29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에 체결했다. 이는 테슬라 모델Y를 52만~55만 대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유튜브 캡처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 80% 이상의 양극재로, 고가의 코발트 대신 니켈 함유량을 높여 보다 저렴하게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는 소재다. 테슬라는 이 소재를 재료로 4680(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아예 배터리 원자재를 직접 수급하는 방안도 실행 중이다.
최근 호주 ‘마그니스 에너지 테크놀로지’로부터 리튬이온배터리 주요 소재인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는가 하면 캐나다의 리튬 채굴 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 입찰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4월 가동을 목표로 브라질 리튬 광산 인근에 연간 10만4000 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극 텍사스에 리튬정제 공장을 직접 짓는 데 필요한 인허가도 승인받았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을 통해 전기차 공정 일원화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배터리 수급 비용을 절감해 저가 전기차 개발을 추진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기존 모델3보다 저가인 2만5000달러 안팎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름은 모델2 혹은 모델C가 유력하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인 포드, BMW 등은 기술력의 한계로 테슬라 수준은 아니지만 주요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업계에 차츰 진입하고 있다.
포드는 중국의 CATL과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며 미국 미시간주에 약 35억달러(4조5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지분은 전량 포드가 갖고, CATL은 배터리 기술 및 노하우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포드가 배터리 생산력을 갖추기 위한 기초공사로 풀이된다.
BMW는 독일 라이프치히에 고전압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해 약 8억 유로(1조1000억 원)를 투자했다. 생산 규모는 1년에 1000만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폴크스바겐이 지난 2021년 3월 파워데이 행사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재차 선언하며 스웨덴 노스볼트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유럽에 2030년까지 총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뛰어든 만큼 기술 격차만이 기존 배터리 업체의 우위를 유지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지금까지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로 번영을 누려왔지만 앞으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LFP배터리는 NCM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낮지만 가격이 저렴해 중국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 발전으로 LFP배터리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양산형 전기차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LFP배터리는 현재 중국 CATL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추격을 따돌릴 무기 중 하나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은 일본의 도요타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중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 소형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제작을 통해 상용화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기존 배터리 업체들에게 당장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완성차 노하우와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배터리 기술을 따라잡을 수도 있는 만큼 배터리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