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금값의 상승세가 거세다.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에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완화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금융 불안까지 겹치며 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 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9.30달러(0.5%) 오른 1982.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긴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전 자산 쏠림 현상으로 금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금 가격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2930원(3.64%) 오른 8만3490원에 거래를 끝마쳤다. 2014년 3월 24일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전까지 금 최고가는 코로나19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있던 2020년 7월 28일 장중 기록한 8만2970원이다. 해당일 종가는 8만100원이었다.
금 관련 상품들도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전날인 지난 20일 코덱스(KODEX) 골드선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장중 1만3040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1만3015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4월 22일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 가격은 물론 금 관련 상품이 들썩이는 이유로는 최근 글로벌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퍼진 점이 꼽힌다.
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폐쇄에 이어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유동성 위기에 놓이면서 글로벌 은행들의 위기설이 불거졌다. 물론 지난 19일 스위스 최대 금융회사 UBS가 CS를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됐고, 금융 붕괴 위기는 가까스로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은행 위기가 끝난 게 아니라며 금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 가격은 고공행진한 바 있다. 리먼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8년말부터 상승세를 시작해 2011년까지 오름세가 유지됐다. 특히 온스당 800달러대였던 금 가격은 온스당 18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은행들의 불안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움직인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미 연준의 긴축 완화가 금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은행권 부실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국제 금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부실로 예상보다 빠르게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한다면 달러 강세 완화로 연결되며 국제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충격과 무역 마찰 등 정치적 역학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