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금리격차는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로 확대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피하면서 한국은행으로서는 미국 고강도 긴축과 관련된 부담을 다소 덜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시장에선 다음 달 11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동결할 것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연준의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닌 점을 감안했을 때 추가 상승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내 물가 상황과 환율,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 등이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0~4.75%에서 4.75~5.0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2000년 5~10월(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에 최대치로 한국 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졌다.
당초 시장에선 연준의 '빅스텝' 전망이 우세했다.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연준이 이달 인상 폭을 다시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베이비스텝을 밟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연준은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등 연속 4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이후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12월 0.5%포인트, 올해 2월 0.25%포인트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장에선 한미 금리차가 최대로 벌어졌지만, 연준이 당초 우려됐던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압박에서 다소 덜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추가 금리인상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은이 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한은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예상 경로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연준의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닌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은이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5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차는 1.75% 포인트까지 확대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의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 의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높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