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과점구조를 띄고 있는 은행권이 최근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사적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업 겸업' 및 '추가 은행 설립' 등의 규제완화책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로 효율성 제고에 몰두할 경우, 안정성이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당국이 공정성·안정성을 저해할 업무나 행위에 일부 규제·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점구조를 띄고 있는 은행권이 최근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사적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업 겸업' 및 '추가 은행 설립' 등의 규제완화책을 구상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에 따르면 은행의 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 상호 간 또는 은행-비은행 간 경쟁을 제한하는 일체의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취지는 '경쟁을 촉진해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데 있다. 경제학에서 효율성은 '타인의 후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스스로 최고의 후생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자원배분 상태'를 뜻하는 데, 완전경쟁시장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경쟁시장'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유경쟁으로 누릴 수 있는 '효율성의 이점'을 대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해당 보고서를 펴낸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전하지 않은 금융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있는 대형 금융사가 가격책정자로서 매우 낮은 금리를 책정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없는 소형 금융사는 가격수용자로서 어쩔 수 없이 같은 금리로 고객을 유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저금리 대출로 영업이익을 낼 수 없는 소형 금융사는 자유경쟁에 도태돼 대형 금융사가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효율성도 소형 금융사의 생존도 모두 잃는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그는 효율성이 안정성·공정성과 상충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가리켜, 이러한 경쟁제한적 금융규제 완화가 자칫 안정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 등 비금융기업이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결제망에 직접 참여하거나 금융플랫폼을 장악해 갈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에 중대한 손실을 입히거나 지급결제시스템 오작동으로 이어져 '뱅크런(대규모 현금인출 사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은행보다 소유·지배구조 규제나 금융감독이 느슨한 비은행이나 비금융사에게 은행업무를 허용해주는 등 업무영역 규제를 완화해주면 이들은 이러한 규제차익을 이용해 금융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규제를 완화하되,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업무 및 행위를 당국이 적절히 규제·감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령 업무범위에 대한 규제완화로 공정성과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는 경우 업권별 고유업무의 위탁을 금지하거나, 부수업무·겸영업무 운영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은행법 27조의2 및 28조, 보험업법 11조 및 11조의2, 자본시장법 40조 및 41조 등에는 △업권별 금융사의 경영건전성을 해칠 경우 △이용자 보호에 지장 초래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칠 경우, 부수·겸영업무 운영을 제한하거나 시정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행 은행법 및 각 금융업법에 고유업무 규정이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맹점이다. 규정에는 금융업의 본질적 요소를, 매뉴얼에는 본질적 업무, 핵심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업무 성격상 '규정의 본질적 요소'와 '매뉴얼의 핵심업무'가 매우 유사한 까닭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각 금융업의 본질적 요소와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위탁 매뉴얼'의 핵심업무를 고유업무나 배타적 고유업무로 규정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