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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문단권력과 침묵의 카르텔이 키웠다

2015-06-23 08:5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휴먼디자이너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신경숙 작가의 표절이 진실이라면, 돈을 주고 작품을 산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 것인가? 돈을 전공해서 그런지 필자는 제일 먼저 궁금해졌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짝퉁을 샀다면

지금까지 학자, 정치인 등등의 논문, 작품 표절은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표절한 당사자에게 책임만 물으면 되지만, 작품을 통해 막대한 수익과 인세를 얻은 출판사와 작가는 책임만 지면 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이번 신경숙 표절을 사기와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한 전직 교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왔다. “출판사와 작가 모두가 세금 탈루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밝히고, 출판사들이 책임지고 작가의 표절소설 책을 소지한 수백만명의 독자들에게 환불을 선언하는 것이 상도덕, 상윤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럼 환불만 하면 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인가? 작가는 출판사가 환불만 해 주면 면피되는 것인가?

예를 들어 보자. 더운 여름을 대비하기 위해서 시원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샌들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평소에 사고 싶은 브랜드 제품이 보였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이것 저것 할인제도가 있어서 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결제했다. 하지만 물건을 배송 받고 실망했다. 속칭 이미테이션(Imitation)이라고 불리는 짝퉁을 산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업자가 진품으로 고묘하게 속여 판 것이다. 바로 환불해 달라고 난리를 쳐 결국 원상 복귀되었지만, 물건을 구매할 때부터 물건을 받을 때까지 즐거움이 모두 순간 사라지는 허무함과 낭비된 시간 등등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가슴이 아플 것이다.

아마 이번 표절 시비에 걸린 작품을 구매한 독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신경숙 작가하면 1993년 출간된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작품으로 스타 작가로 알려지면서 20년 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8년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은 대한민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 22개국에 출판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명품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가위와 풀로 한 행위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와

그런데 명품 작가, 명품 작품이 표절이나 한 짝퉁이라니....필자는 표절을 몇 년전부터 가위와 풀로 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그런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 지위고하는 물론 좌·우를 떠나 쓰레기라고 취급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필자도 가위와 풀로 뭔가를 만들어 낼 바에는 그냥 가만히 있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특히 창의적인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어 하고 있다.

결국 창의적인 활동이 아니라 가위와 풀로 이루어진 불법 행위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작품이란 독창적인 주제 및 방법을 이용하여 만든이가 창의적으로 완성해 놓은 것이다. 독창성이 없이 기존의 있는 것들을 그져 베끼거나 짜깁기한 것은 작품이 아니다. 그런 작품을 통해 수익을 냈다고 하면 그것은 칼을 들어 남의 재물을 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시간과 함께 표절시비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그동안 좌·우진영을 넘어서 학자와 문화예술인은 물론 정치인, 방송인, 종교인, 연예인까지 표절 시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선거철이나 고위직 청문회 때만 되면 논문을 비롯한 작품에 대한 표절 시비가 종종 일어났다.

IT의 발달로 표절을 검색하는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발달해 표절 의혹물과 피해물 대조는 어느 때보다 쉽다. 거기에 학벌과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논문, 작품 등 창작물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표절 판정을 받은 당사자 중 단 한 명도 해당 학위를 자진 반납하거나, 작품을 없애는 행위를 한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오히려 당당히 선거에 당선되거나 고위직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시비를 당해도 당당히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 영예이기 때문에 표절등과 같은 방법으로 취득한 지위나 수익은 스스로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무책임한 태도는 이제는 근절되어야 한다. 오히려 표절 시비 당사자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대중들의 관심이 옅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침묵의 카르텔 이젠 안 돼

보통 표절 시비가 진영논리,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표절 논란을 겪으면 실제 표절 여부와 상관 없이 평생 낙인이 찍힌다는 문제점도 생기곤 했다. 그래서 마녀사냥식도 문제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더 큰 문제다.

신경숙의 표절 시비가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문단의 원로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표절 논란이 된 소설집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으면서 진보 좌파의 우두머리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어떤 사회집단이나 이해집단에 불리한 문제나 현상이 생겼을 경우, 같은 집단 구성원들이 침묵하고 서로 비판하지 않는 현상인 침묵의 카르텔도 문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가 봐주는 근대적인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자발적 자정능력과 검증된 비평능력이 필요해

문학인은 물론 지식인들의 표절에 대한 암적 요소를 이제라도 도려내야 한다. 좌파 진영 문학계 중심으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한국문학의 폐쇄성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룬다고 한다.

문학 권력이 이처럼 거대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이번 신경숙 작가 표절 한국문학의 자발적 자정 능력과 표절에 대해 검증을 하고, 문학 권력에 적극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검증된 비평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정말 “표절을 부탁해” 라고 주문하고 싶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휴먼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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