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을 압박하는 규제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금융위원회가 이달께 내부통제 실패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무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을 입법예고할 예정인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의 초과이익 일부를 서민금융에 출연토록 하는 내용의 '횡재세법'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예금보험료 등 법적 비용을 대출이자에 포함해 거둔 부당이득을 대출자에게 환급해주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을 압박하는 규제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권과 국회입법예고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 CEO에게 해임·직무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CEO에게 내부통제 관리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고위 임원별 업무와 책임 범위를 사전에 확정하는 '책임지도제'를 법안에 담아 책임 회피 가능성도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거수기' 논란을 일으킨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도 명문화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회는 CEO에 내부통제 의무 이행 현황 등을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임원 외 이사회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위와 비슷한 내용의 입법안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률안은 금융사의 대표이사가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를 점검 및 보완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는 대표이사의 점검 및 보완 업무의 집행을 관리하고, 금융사에 업무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리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해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할 경우 책임을 감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권의 이자수익을 문제삼는 내용의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은행의 초과이익 일부를 서민금융에 출연하도록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이상 인상했을 때 해당 회계연도 동안 은행이 취득한 총 이자순수익이 5년 평균 이자순수익의 12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에 은행이 대출금리를 대거 올리면서도, 예금금리 인상에 소홀해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로 얻은 순이자이익이 일종의 '횡재적 이익'이라는 시각이다. 해외에서 에너지기업과 은행권에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골자로, 국내 은행권이 초과이익을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민 의원은 은행이 최근 5년 이내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등 법적 비용을 대출 이자에 포함해 거둔 이득을 대출자에게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은행이 천문학적인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 대출이자가 꼽히는데, 대출이자에 교육세 외 각종 법정 출연금,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등이 걷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비용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해 사실상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합산 산정하되 각종 세금 및 법정 출연금 등은 산정 항목에서 제외하고,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시하도록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직전 5년간 대출이자라는 명목으로 수취한 법적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대규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내부통제 등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무조건적인 CEO 및 책임자 제재는 신사업 등 금융혁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자수익 확대에 따른 정치권의 규제안 발의에 대해서는 "은행권이 시장금리 인상과 당국 지적에 못 이겨 너나 할 것 없이 예금금리를 인상했는데,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인상하자) 인상 자제를 다시 요청한 건 금융당국"이라며 "금리인상 여파로 발생한 최근의 이자이익 확대는 일시적 현상이다. 은행이 적자를 보면 그 손실은 누가 메워주느냐"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