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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통은 지키고 계승할 의미가 있다 (feat. LG)

2023-04-10 16:47 |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LG그룹이 최근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상속 지분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휘말리며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생겼다. 

이와 관련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상속 소송의 제척 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 제출했으며, LG그룹 역시 재산분할 요구로 그룹 장자승계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이 오너가 문제로 진통을 앓은 바 있다. 특히 상속과 승계 문제에 있어서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이중 유일하게 잡음이 없었던 기업이 바로 LG그룹이었다.

최근 재계는 3~4세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삼성 이재용 회장은 4세 경영을 포기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국내 재계 1위 그룹이 경영세습을 포기한다는 것은 파격적 선언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 대기업 구조는 오너경영 체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을 두는 혼합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로 볼 때 국내 대기업들은 경영세습이 당연하기에 상속과 승계 시기마다 세간의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 그만큼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도 많았고, 대를 이을 때마다 그룹이 쪼개지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했다.

비록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경영세습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했지만, 이러한 모습이 국내 재계 트렌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한국의 경제와 기업들은 철저하게 오너경영에서 오는 장기적 관점의 이익을 취하며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재계 내에서 삼성을 우려하는 것도 막대한 자본의 투입을 책임질 수 있는 오너경영이 갖는 이점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 선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라는 사업과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척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이라면 말이다.

물론 오너경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독단적인 경영횡포와 승계 과정에서의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고질병이다. 다만, LG그룹은 유일하게 이 부분에서 큰 잡음이 없었던 터라 이번 법적 공방에 대한 재계 내 아쉬움이 크다. 특히 이번 문제가 외척에 의해 주도됐다는 의심도 사고 있는 지라 안타까움이 더한 상황이다.


LG그룹이 그동안 별다른 잡음 없이 깔끔한 상속이 이뤄진 것은 전통있는 유교 가풍이 큰 역할을 했다. 다른 기업의 경우 오너가 딸들도 활발하게 경영에 관여하는 것에 비해 LG그룹은 철저하게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가문 내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불협화음이 전혀 없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인 발렌베리가와 비교된다. 발렌베리 가문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은 가전 부문에서 일렉트로룩스,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통신 장비 제조 부문의 에릭손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이 LG그룹과 상당부문 비슷한 면이 많다.

이 가문은 무려 150년 이상 5대에 걸쳐 경영세습이 이뤄져왔다고 한다. 발렌베리 가문이 이토록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가문 내 철저한 후계 요건이 한몫을 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적합한 후계자가 있을 경우에만 경영세습을 하는데,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해군사관학교 졸업, 부모의 도움없이 실무 경험과 금융 흐름 파악을 익히는 등의 엄격한 조건이 달려있다.

발렌베리 가문이 견제와 균형을 위해 후계자를 2명 정해 평가하는 등 LG그룹과 판이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두 기업이 경영세습 요건을 정해 이를 철저히 지켜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LG그룹 오너가에서 유교 가풍에 따라 장자세습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것이 분란 없이 미래 성장에 그룹 내 총력을 다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이는 발렌베리 가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너가의 확고한 전통이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재계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에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와 소비침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 악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기업들의 최대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LG그룹은 LG전자를 비롯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구광모 회장의 경영 원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그룹은 과거 반도체, 스마트폰 등 굵직한 사업 분야에서 물러나며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배터리 등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성공적인 안착에 나서며 미래 설계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도 배터리에 이어 AI와 바이오 부문을 신성장동력을 선정해 매진하고 있는 터다.

대내외환경이 기업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미래먹거리 투자에도 나서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기업 수장이 경영권 분란 가능성이 있는 법적 공방에 휩싸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했던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초석을 다지며 성장하는 기업을 보니 누군가는 또 욕심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부디 큰 문제없이 LG그룹만의 전통이 지켜지길 바란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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