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이 최근 금리인상 효과로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거뒀지만, 미국 주요 은행권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대출 외에도 비이자이익으로 수익을 다변화했는데, 근본적으로 수수료수익이 컸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도 금융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지불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미 은행 간의 수익구조 및 수익성 비교 검토'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및 은행들은 NIM을 높여 호실적을 거뒀지만 미국의 주요 은행(그룹) 대비 전반적으로 낮았다.
국내 은행권이 최근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거뒀지만, 미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비이자이익으로 수익을 다변화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도 금융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지불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미 5대 주요 은행의 평균 NIM을 놓고 보면 미국(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은행·JP모건체이스·웰스파고·US뱅크)이 2.67%로 한국(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63%를 1.04%포인트(p) 이상 앞질렀다.
특히 평균 NIM 증가율을 살펴보면 미국 5대 은행이 23.3%로, 국내 5대 은행 22.2%를 소폭 상회했다. JP모건이 32.3%로 가장 높았고, BoA와 웰스파고 등이 각각 25%를 넘어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미 5대 은행의 평균 대출 및 리스자산 증가율은 4.1%로 국내 5대 은행 4.6%보다 오히려 낮았다.
그룹 차원에서 보더라도 미국 5개 은행그룹의 지난해 NIM 증가율은 21.6%로 국내 5대 은행그룹 평균 18.7%보다도 높았다.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훨씬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5대 은행의 연도별 순이자이익 증가율 추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각사 자료를 취합함./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제공
보고서를 작성한 이윤재 KB경영연구소 금융연구팀장은 "미국의 은행들이 차별적인 수익성 지표를 보여주는 것은 수익성 높은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하고, 비이자이익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은 미국 은행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이자수익 의존성이 높은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 확대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대출자산 확대는) 고원가 자금조달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수익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는 미국보다 둔감하게 작용했다. 국내 은행은 대출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69.7%에 달하는데 미국은 지난해 말 44.5%에 불과했다. 반대로 유가증권 비중은 한국 17.4%, 미국 26.1%로 미국이 훨씬 앞섰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총영업이익 대비 태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국내 5대 은행의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까지 추락했다. 비이자이익 비중은 2019년 12.8%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5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021년까지 30% 안팎을 유지했는데, 지난해에는 금리상승에 따른 유가증권의 실적 부진으로 비중이 20%대를 오르내리는 데 그쳤다.
이 팀장은 은행과 금융그룹이 대차대조표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의 가치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이익을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 주요 상업은행에서 비이자이익으로 거두는 수익은 예금계좌 수수료 등 은행 고유업무를 통한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수수료율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높거나 유사한 편으로, ATM 및 송금 수수료 외에도 △계좌유지수수료 △조기인출수수료 등을 수취해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펀드판매 및 방카슈랑스 등 경기상황에 민감한 업무대행수수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신 △감독당국의 고강도 징계에 따른 고난도 상품 판매 축소 △금소법 등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등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은행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팀장은 국내 은행들이 미국 은행만큼 예금계좌수수료를 수취(총예수금의 0.27%)할 경우, 비이자이익 비중이 약 9.3%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금융서비스 이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다. 최근 핀테크 등 비금융업계의 금융업 진출로 송금·자금이체·자산관리가 무료화된 점도 있지만, 유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과 이를 배경으로 한 정부의 암묵적 개입이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 계좌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는데, 도입 전 비난 여론에 못이겨 다수의 예외조항을 두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최근에는 당국 요구에 시중은행들이 △온오프라인 송금 수수료 면제 △취약 대출자의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등에 동참해 기존의 수수료 수익마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수수료 수익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보다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고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