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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교착’ 상대방 수 읽는 대화 준비부터

2015-06-25 12:4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가뭄 극복을 남북협력 계기로 삼겠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극심한 가뭄을 계기로 인도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교착 상태에 빠진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홍 장관의 조금 더 세심한 표현 때문이었다.

그는 “양쪽 다 동시에 가뭄이 있어서 둘 다 어렵지만, 사정이 좀 나은 쪽에서 좀 더 안 좋은 쪽을 먼저 도와주고, 나중에 필요한 일을 같이 하고, 그런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선제적인 제안을 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 측이 ‘지원할게’라고 했는데 ‘필요 없어’라며 걷어찰 우려도 솔직히 있다”며 “섣불리 지원하기보다 국제사회에 대한 요청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순간 ‘북한의 체면 세워주기’라는 생각이 스쳤다. 홍 장관의 발언에서 새삼 협상의 기본원칙이 떠오르는 이유가 분명 있다. 그동안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제재’ ‘대응’ ‘빈곤’ ‘인권’ 등의 표현 일색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자초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이고 인권 압박인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이런 분위기로 어떻게 남북대화를 할 수 있을지 우려도 뒤따랐다. 대북정책에서도 철저한 투 트랙 전략이 아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특히 ‘체면과 명분에 매우 약하다’는 것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사소한 북한의 입장 정도는 통 크게 맞춰주면서 정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로 투 트랙 전략이다.

그렇다고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나 벌어졌던 연평해전 때처럼 북한이 우리 측 군함을 공격해 장병이 전사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북지원을 이어가고,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신뢰구축 차원으로 해석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선언에 북한이 ‘안보 강화’로 맞받아치면서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해서는 안된다. 분단 70년동안 일관된 대남정책을 펼쳐온 북한으로서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위기관리전략 차원으로 해석하고, 마땅한 후속 조치도 세웠어야 했다.

북한에 비해 5년마다 바뀌는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그렇다면 정부와 NGO가 힘을 적절히 나눠가지는 전략이 필요한 데도 그동안 세련된 정책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홍 장관의 세심한 발언이 우선 반가웠지만 이제라도 통일부가 소관 부처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소신 정책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가 있다.

홍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있던 23일 그가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의문이다. 북한이 크게 반발해온 점을 감안할 때 외교부 장관도 참석하는 자리에 굳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주관하는 통일부 장관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상대인 북한의 입장을 그나마 헤아려줄 부처는 외교부도 국방부도 아닌 통일부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세 부처가 적절히 힘을 안배해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해보인다.

홍 장관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 이어 취임 100일을 맞으면서도 “대북정책의 진화를 위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정부의 통일부 장관에게서 들을 얘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았을 때 북한 대표단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경우만큼은 더 이상 안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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