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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융포럼]이승덕 "디지털자산, 안전성·유동성 담보해야"

2023-04-25 12:0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비트코인·이더리움·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 가상자산이 전통적인 화폐를 대체할 거래수단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들 화폐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폐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을 담보로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서울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23 미디어펜 금융혁신포럼에서 '디지털시대의 화폐와 금융산업'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이 교수는 "화폐를 통한 거래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장부'가 있다면 똑같이 거래를 할 수 있다"며 "돈이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고 자원배분이 가능한 셈이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장부는 대표적으로 은행 통장과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들 수 있다. 실물 현금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입출금이나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머니(화폐)는 디지털 장부와 동일한데, 거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다"며 "과거에도 거래장부 개념으로 은행통장을 썼는데, 요즘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힘입어 지급수단을 앱으로 구현해 화폐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부거래에서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이중지급'도 ICT 발달로 해결하면서, 장부가 현금과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디지털장부는 블록체인과 어우러지며 전환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화폐 발행 주체에 대한 신뢰도다. 누구나 화폐를 발행할 수 있지만, 이를 믿고 실사용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실질가치와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새로운 화폐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현금이든 디지털화폐든 실질 구매력을 유지하는 자산이 없으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을 갖췄느냐가 중요한데, (자산을) 갖추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이를 믿지 못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화폐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화폐 형태가 디지털화되면서 다양해졌지만, 본질은 안전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들 수 있다. 시장가치가 급변하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1달러를 '1가상자산'으로 고정(페그·peg)해 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온체인(on-chain)·오프체인(off-chain)을 토대로 발행할 수 있는데, 시세조작으로 붕괴된 '테라·루나'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발행됐다. 이 교수는 알고리즘이 담보물 없이 발행한다는 점을 들어 '스테이블코인'으로 부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온체인은 '다이(DAI)'를 이용하는데, 블록체인 상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 담보비율을 150%로 설정해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오프체인은 '테더(tether)'를 발행하고, 국고채·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해 은행과 유사한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예금자보호를 하지 않고 회계감사도 받지 않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변동성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모바일앱에서 거래되는 예금을 토큰(token)화하는 '토큰화 예금'이다. 은행권에서 실제 발행해 거래로도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최근 한국은행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CBDC'인데, 이는 제한적으로 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형' 화폐보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형' 화폐가 점진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은행이 독점하던 디지털 수단에 다른 핀테크기업 및 중앙은행이 참여하면서 화폐경쟁은 엄청 증가할 것이다"며 "외화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데, 외국에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디지털화폐가 나왔지만 화폐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을 갖춰야 디지털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은행에 이어 핀테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거래기록을 장부에 남길 수 있게 된 만큼, 화폐 발행을 두고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개인'의 역할은 기존의 금융기관인 '은행'이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금융의 핵심기능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해 금융을 중개하는 기능인데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상 거래로는 대체할 수 없다"며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중개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은행에서 토큰화된 예금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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