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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시장·예대금리 엇박자 지속…"금리 상승세 대비해야"

2023-05-08 15:0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은행권의 예금·대출금리 및 시장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엇박자'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금융당국의 개입에 가로 막혀 마땅한 효과를 못 보는 까닭이다. 은행 예대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하면 은행의 금리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 논단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은행권의 예금·대출금리 및 시장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엇박자'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한은은 국내 물가상승 및 미국의 4차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 등에 맞서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 현재 3.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예금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3.00%였던 지난해 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5.00%를 넘겼는데, 올해 1월에는 기준금리가 3.50%로 상승했음에도 연 4%대로 떨어졌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총 41개 중 12개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50% 미만이었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주요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달 17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모두 하단이 연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예대금리가 기준금리 추이에 동조하지 않는 셈인데, 당국의 개입과 은행권의 자발적인 대출금리 인하가 한 몫 한다. 아울러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곧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시장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은의 물가 제어 노력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화정책은 △금리경로 △환율경로 △기대경로 △신용경로 등에 영향을 주는데, 강 교수는 어떠한 경로도 현재로선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리의 엇갈린 움직임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일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편이지만 통화당국이 의도한 긴축효과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출금리나 이런 쪽에서 원가 인상 요인이 있다고 제품 가격에 100%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정책이 엇박자라는 데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금리 움직임이 은행의 위험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의 주요 위험은 △신용위험 △금리위험 △유동성위험을 꼽는데,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데다 때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금리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이어진 사례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자산부문의 손실이 커지자, 예금자들이 대량 현금 인출(뱅크런)에 나서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사례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개입을 바람직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강 교수는 사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예금·대출금리가 낮아진 상태에서 시장금리가 갑자기 상승하면 고수익을 좇는 예금자들의 인출이 급증할 수 있다"며 "금리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전이되는 또 다른 패턴이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후 고금리 기조를 보이면 국내 시장금리도 급격히 올라 은행권이 예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세에 발맞춰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저금리성 대출자산이 많을 경우 계획대로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금리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의 위험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일부 소규모 금융기관의 경우 신용위험, 금리위험, 유동성위험이 함께 집중되는 파괴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은행과 당국이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통해 면밀히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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