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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분기 5조 손실 우려…산은 자본건전성 악화 불가피

2023-05-11 12:0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여당이 한국전력공사의 손실 확대를 방지하고자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12일 이후로 보류한 가운데, 한전 손실 확대가 주요 주주인 한국산업은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에도 5조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한전 지분을 보유한 산은이 지분법 평가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권고치 '13%'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3월 말 현재 13.08%(잠정치)를 기록해 전년 말 13.40% 대비 0.32%포인트(p) 하락했다./사진=김상문 기자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은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의 BIS비율은 3월 말 현재 13.08%(잠정치)를 기록해 전년 말 13.40% 대비 0.32%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2000년 11.38% 이후 최저치인데, BIS가 권고하는 기준치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산은 BIS비율은 지난 2020년 말 15.96%에 달했는데, 이듬해 14.88%, 지난해 13.40%까지 퇴보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20년 1조 9613억원, 2021년 1조 3235억원을 시현하다 지난해 7조 6246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산은의 BIS비율 하락세는 △정부의 증자 지연 △전기요금 인상 지연 △지분법 평가에 따른 손실 확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자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약 4조 9000억원을 실행했다.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자본확충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현금출자 약 3조 9000억원, 현물출자 1조원을 각각 집행했다. 

특히 산은은 지난해 BIS비율 제고 목적으로 5650억원의 토지주택공사(LH) 주식 현물출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도 LH주식 4350억원 어치 현물출자에 나섰다. 하지만 BIS비율 하락세는 막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BIS비율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한전의 손실 확대를 꼽는다. 지분법상 한전의 손실이 연결기준 BIS비율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까닭이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한전의 실적이 산은의 연결재무제표에도 반영된다"며 "최근 한전 적자 폭이 커지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업계는 한전 손실추정액이 올해 1분기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향후 산은의 BIS비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전이 전기료를 인상해 손실 확대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BIS비율 악화와 더불어 산은이 국내 기업에게 내어주는 대출잔액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3월 말 현재 산은의 대출잔액은 246조 9000억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해 말 247조 1000억원에 견줘 소폭 줄어들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계열대기업 57조 5000억원, 중견기업 53조 2000억원, 중소기업 47조 9000억원, 기타(금융기관 및 공공기관 등)에 88조 3000억원을 내어줬다. 지난해 말에 견줘 중견기업(약 4000억원 확대)과 기타(약 1조 8000억원 확대) 대출잔액이 늘어난 반면, 계열대기업(약 3000억원 감소), 중소기업(약 2조 1000억원 감소) 대출잔액은 줄어들었다.

연간 단위로 놓고 볼 때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규모별 기업대출이 매년 성장세(중견기업 대출은 지난해 약 8조원 감소)를 보였는데, 올들어 분위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다만 대출잔액만을 놓고 전반적인 대출이 감소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기업들의 대출 억제를 부정할 순 없지만 통상적으로 신규 대출이 연초에는 많지 않은 까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연초 사업계획을 짜고 연중·연말에 계획을 집행하다보니 은행권 기업대출은 연말 대비 연초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고금리 여파를 의식한 기업들의 대출 억제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계절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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