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대내외 통화 긴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은 연 3.68~5.78%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초와 비교해 금리 하단이 1.14%포인트 떨어졌다.
대출금리의 하락은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다 연초부터 정치권을 포함한 금융당국으로부터 '돈 잔치' 뭇매를 맞은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자진해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은행의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던 가계대출도 다시 불어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 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 잔액은 803조 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8000억원 늘며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앞서 3월 은행 주담대 잔액은 8000조 8000억원으로 2월보다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앞서 2월 주담대는 2014년 1월(-3000억원)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사 등의 영향으로 현 수준에서 당분간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4.75~5.00%에서 5.00~5.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향후 추가 정책 강화 정도는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6월 회의에서 인상 중단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로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에선 연준의 통화 긴축 종료 시사 영향과 함께 하반기 국내 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3.5%의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은 시장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과도하다"며 일축해왔지만 시장반응은 '동상이몽'이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한국의 경기 침체 상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