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수출 지표가 이달 말까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15개월 연속 지속세가 유력해 우려가 커진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4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수입액은 367억4700만 달러로 15.3% 각각 감소했다.
이 기간 중 조업일수는 14.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일)보다 0.5일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4000만 달러로 13.2% 감소했다.
특히 수출 감소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0일까지 8개월 연속 감소로,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서 이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43억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 누계는 2333억7600만 달러, 수입액은 2629억23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은 13.5%, 수입은 6.6%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른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295억4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300억 달러에 가까워졌다.
연간 무역수지 적자 총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472억3000만 달러) 대비 62.6%에 달한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품목 별로 보면 자동차를 뺀 전 품목이 수출 부진에 빠졌다. 10대 수출품목 중 승용차를 뺀 전 품목의 수출이 전년대비 줄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42억6000만 달러) 수출액이 35.5% 줄었고, 석유제품(30억4000만 달러·33.0%↓), 철강제품(29억7000만 달러·7.5%↓), 자동차부품(12억2000만 달러·3.0%↓), 무선통신기기(10억3000만 달러·0.8%↓), 정밀기기(5억6000만 달러·20.9%↓), 컴퓨터주변기기(5억2000만 달러·47.3%↓), 선박(5억 달러·58.3%↓), 가전제품(4억4000만 달러·36.6%↓) 등에서 수출액이 일제히 줄었다.
승용차(34억4000만 달러) 부문만 전년대비 54.7% 늘며 전체 감소 폭을 완화했다.
국가 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액이 67억9000만 달러로 23.4% 줄어든 것을 비롯해 주요국 수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최근 선방했던 미국(58억1000만 달러)과 유럽연합(37억3000만 달러)도 각각 2.0%, 1.1%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의 무역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수출 역성장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수출 10대 분야에서 단 3개 분야만 수출경쟁력이 강화됐다.
지난 2013~2022년 10년간 한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경쟁열위를 가진 수입특화 품목 수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 교역품목 중 815개였으나, 2022년에는 1221개 중 846개로 31개 늘어나면서 분석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출특화 품목은 같은 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전경련은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해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경쟁력 변화를 보면 2013년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석유 등 광물성연료 등 1개였다 2021년부터 광학·정밀·의료기기의 무역특화지수도 마이너스 전환했다.
나머지 8개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전기기기, 기계, 자동차, 선박, 유기화학품 등 절반이 넘는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면서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화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플라스틱, 철강, 철강제품 등 3개에 그쳤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 악화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빠르게 내수화를 진행하면서 한국 제품의 유입량이 줄었다.
다만 정부는 정부는 5월의 수출 부진이 지난해 기저효과 등 계절적 요인이 맞물린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월은 지난해 기저효과 등 계절적 요인으로 좋지 않다”며 “5월이 지나면 무역적자 폭이 개선되고 하반기엔 지금과 다른 모습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지형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첨단분야에 대한 한미, 한일 간 협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기계, 자동차 등 현재 주력품목에 대해서도 규제완화,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