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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산적하지만 은행권 건전성 지표 '청신호'

2023-06-04 09:2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의 1분기 건전성 지표가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중·저신용자를 비롯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연체율과 부실채권(NPL)비율이 덩달아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은행 건전성 지표에 치명적 영향을 주진 않은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 1분기 주요 건전성 지표에서 크게 선방했다. 우선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을 살펴보면 17개 은행의 평균값은 15.58%로 직전 분기에 견줘 0.29%포인트(p) 상승했다. BIS는 총자본비율을 10.5%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1분기 건전성 지표가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중·저신용자를 비롯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연체율과 부실채권(NPL)비율이 덩달아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은행 건전성 지표에 치명적 영향을 주진 않은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금감원은 BIS비율 상승에 대해 "순이익 시현, 증자·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으로 자본이 큰 폭(4.6%)으로 증가했고, 대출자산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바젤Ⅲ 최종안 적용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소폭(2.7%) 증가에 그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표인 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우려와 달리 하락했다. 3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한 달 전 0.36% 대비 0.03%p 하락했다. 지난해 3월 말 0.22%에 견주면 0.11%p 상승해 우려를 자아내지만,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과 가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3월 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월 말 0.39% 대비 0.04%p 하락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9%를 기록해 한 달 전과 보합세를 이뤘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를 기록해 전월 말 0.47% 대비 0.06%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를 기록해 전월 말 0.32% 대비 0.01%p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0%로 전월 수준을 유지한 반면,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59%로 전월 말 0.64% 대비 0.05%p 하락했다.

당국은 최근 연체율에 대해 "금융권 연체율은 지난해 이후의 △금리상승 △경기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코로나19 시기 대출이 급증하며 2021년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연체율이 대출 위축과 함께 과거 수준으로 회귀(기저효과)하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연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NPL비율은 0.41%로 전분기말 0.40% 대비 0.01%포인트(p) 상승했다. 2020년 2분기부터 코로나 금융지원 등으로 개선되다가 지난해 말 다시 높아져 2분기 연속 오름세다. NPL비율은 은행 총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출부문별로 NPL비율을 살펴보면, 기업대출이 0.50%로 전분기 대비 0.02%p 개선됐다. 다만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대기업대출이 0.11%p 하락한 0.49%까지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대출이 0.04%p 상승한 0.57%로 악화됐다. 대·중소기업 간 부실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가계대출은 0.23%로 지난해 말 0.18% 대비 0.05%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이 0.02%p 상승한 0.14%, 기타 신용대출이 0.11%p 상승한 0.45%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말 0.91% 대비 0.29%p 악화된 1.20%까지 치솟았다. 신용대출을 비롯해 신용카드채권의 부실비율이 심화된 점에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부실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적립률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112.1%에 불과했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올 1분기 229.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한편 당국은 은행권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기둔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수익에 기반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상손실모형 점검 및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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