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이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서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결정문에 반영시켰다.
하지만 일본은 결정 직전까지 문구 포함을 놓고 우리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으며, 강제노역 사실을 결정문의 각주로 표기하는 것으로 협의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신청한 근대화 산업시설 23곳을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놓고 수차례 협상을 이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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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독일 본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서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결정문 각주에 반영시키기로 결정했다./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
당초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자 한국은 해당 산업시설들이 일본의 식민지배 시절 조선인 5만7900여명을 강제로 징용해 노동을 착취한 곳이고, 수천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만큼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이후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명시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때부터 일본은 우리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혐상에서 일본은 결정문에 강제노역 사실을 포함시키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줄곧 거부했으나 회의에서 의장국인 독일이 이례적으로 심사를 하루 연기하면서 일본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결국 양국이 심사가 재개되기 직전 타협에 성공했고,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국민이 징용되어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 노역했다”고 인정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근대산업시설군 일부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한 역사적 사실이 반영된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을 21개 위원국 컨센서스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권고에 따라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된 사실을 알리는 인포메이션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과거 한국인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일본으로 하여금 사실상 최초로 언급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 직후 기시다 일본 외무상이 사토 구니 주 유네스코 대사의 발언에 대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는 등 일본이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할 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앞으로 일본은 오는 2017년 12월1일까지 권고이행 경과 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또 세계유산위원회는 2018년 제42차 회기에서 일본 정부의 이행 상황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일본 측이 공언한 후속조치가 충실하게 이행되도록 세계유산위원회의 틀 안에서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에서 해당 시설 관리 권한은 지자체에 있지만 이번 사안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결과를 도출한 사안이기 때문에 지자체에만 맡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