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명회 기자]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2조 3000억원 늘었다. 지난 5월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의 677조4691억원에 비해 1431억원 증가했다. 이로볼 때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더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안에 대출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 한파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감소했고,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4월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압박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3회 연속 동결로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한 결과에 따른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혼합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문턱이 낮아졌다.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로 국가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다. 가계 빚이 국가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선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이다. 디레러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약해질 경우 금융산업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가계부채의 원인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서 비롯됐다. 2019년까지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가격이 2020년에 큰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매매 및 전세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열심히 일해야 할 2030세대와 집없는 서민들로 하여금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시장에 참여토록 하면서 가계부채 규모를 키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금리가 낮았을 때는 가계부채 규모가 커도 감당할 정도였기에 큰 문제가 안됐지만 지금 금리가 올라가면서 위기에 봉착한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3월말 기준 금융권 연체율은 은행의 경우 작년말 대비 0.08%포인트 오른 0.33%, 저축은행은 작년말 대비 1.66%포인트 오른 5.07%, 상호금융은 0.90%포인트 오른 2.42%, 카드사는 0.33%포인트 오른 1.53%, 캐피탈사는 0.54%포인트 오른 1.79% 등이다.
금융당국은 금리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시차 때문에 내년 초까지 연체율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 빚의 급증은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를 제약하고 대출부실과 금융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완화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지속하면서 부채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만큼 총량 관리를 떠나 가계 빚 구조를 개선하는 질적 개선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거나 애초부터 원금과 이자를 묶어 비거치식 분할상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동금리를 고정금리고 바꾸고 분할상환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도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한 가계들에겐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현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비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은 안된다. 또 가계부채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계 신용 비율이 GDP 대비 80%에 근접하도록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디어펜=김명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