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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새 보호 위해 인공섬까지 만들었다...인천시민들 '저어새 사랑'

2023-06-13 11:02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천연기념물 저어새는 긴 부리로 물을 저어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계적 멸종위기 종이다.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에 6000여 마리 뿐인 저어새 중 80% 이상인 5000여 마리의 고향이 바로 인천 앞바다의 무인도들이다. 

인천의 섬 168개 중 무인도는 130여 개인데, 이 중 서만도, 신도, 분지도, 구지도, 석도, 비도, 대송도, 소송도, 매도, '각시바위', 수하암, '남동유수지 섬' 등 인천의 많은 무인도에서, 인천시의 '깃대종'인 저어새가 태어나고 자란다. 

환경부는 저어새의 산란지인 이 무인도를 '환경부 특정 도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지난 1980년대에는 300여 마리에 불과하던 저어새가 2023년에는 20배 가량 급증했는데, 인천시와 저어새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남동유수지 작은 인공섬에 모여 있는 저어새 무리/사진=인천시 제공



개체 수가 3000여 마리에서 정체된 2000년대 초반, 인천시민들이 아주 극적인 일을 벌였다. 

아무도 찾지 않고 남동공단에서 흘러내린 각종 오·폐수로 몸살을 앓던 남동유수지 물을 정화하고, 그곳에 저어새들이 산란할 수 있도록 2개의 인공섬을 조성해 준 것. 

또 강화도 분오리항 앞에 있는 작은 바위섬인 각시바위에선, 저어새들을 위해 둥지 재료인 나뭇가지를 올려다 주며 산란을 돕기도 했다. 

그 결과 남동유수지 인공섬과 각시바위에서는 매년 100여 쌍의 저어새가 둥지를 틀며, 안정적으로 개체수를 늘렸다.

왜 전 세계의 저어새가 우리나라 전체 2800여 개 무인도 중, 유독 인천의 무인도에서 주로 산란을 하는 걸까? 이는 무인도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먹이가 풍부한 인천 갯벌과 강화도를 중심으로, 넓은 농토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 새끼는 염분 소화 능력이 없어, 소금기가 없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천적을 피해 무인도에서 산란했지만, 가까운 곳에 민물과 넓은 논이 있어야 안전하게 새끼를 키워낼 수 있다.

저어새 산란지인 구지도는 연평도가 거점이고, 서만도는 장봉도를 거점으로 하며, 각시바위와 대송도, 소송도, 석도, 비도 등 많은 무인도들은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등 넓은 농토를 지닌 섬을 어머니 섬으로 삼는다.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대표는 "인천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구상에서 멸종해 가던 저어새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1만 개체를 넘으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저어새들이 안정적으로 둥지를 틀고, 산란할 수 있는 무인도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수도권 매립지 안암호와 교동도 난정저수지 등지에 저어새가 산란할 수 있는 인공섬을 만들어주는 운동이 필요하다"며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만들고 각시바위를 지켜낸 우리 인천시민이라면, 인공섬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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