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자리에서는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 등의 현안과 함께 사실상 ‘매수 보고서’만이 존재하고 있는 업계 관행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사진)이 국내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김상문 기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는 자본시장감독국 주재의 비공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리서치센터장들이 참석했는데 대형 증권사 5곳, 중견급 증권사 3곳, 외국계 증권사 2곳 등 총 10개 증권사에서 책임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증권업계 대표적인 병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매수 일색’ 보고서(레포트) 관행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에코프로 등 급등 종목들에 대해 매도 의견 보고서가 나온 사례가 있긴 했지만, 그 자체가 ‘뉴스’였을 정도로 현재 국내 시장에선 매도 보고서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의 신뢰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실 리서치센터를 보유한 증권사들만의 어려움도 있다. 레포트에서 분석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증권사 입장에선 기업금융 부문의 주요 고객인 경우가 많다.
또 매도 의견을 받은 회사가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기업설명회(IR) 보이콧 등 노골적인 불이익을 준 사례도 엄연히 존재한다. 원론적으로는 매도 의견 보고서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 누구나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셈이다.
궁여지책으로 ‘매수’에서 ‘보유’로 보고서 의견이 바뀐다거나 목표주가 액수가 하향 조정되는 경우를 ‘사실상의 매도 의견’으로 간주하는 관례가 생겨났지만, 이 역시 신뢰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되는 방향성은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견고해질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업무 관행은 없는지 살펴봐 달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객관성과 신뢰성 제고도 오랜 과제였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콕 집어 언급을 했다.
3월 간담회 이후 보고서 관행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개선 시도가 가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던 터였다. 비록 올해는 좌절됐지만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를 위한 정지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증권시장 제도 선진화를 위한 여러 노력들이 시도될 가능성은 충분한 상태다.
금감원이 올해 업무계획에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독립 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발표 역시 어떤 방향성이든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독립리서치란 증권사 내 설립된 리서치센터와 달리 리서치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된 회사를 지칭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발간하는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은 0%대 비중에 불과하다”면서 “증시 선진화를 위해선 어떻게든 바꿔나가야 하는 부분인데, 이제 첫 삽을 뜬 수준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