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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유네스코 등재되자 ‘강제노동’ 부인하는 이유가?

2015-07-07 17:0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결정됐으며, 우리 정부가 집요하게 요구해온 '조선인 강제노역'이 주석과 연계되는 방식으로 반영됐다.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세계유산으로서의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사진은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가 징용시설의 ‘강제노동’ 해석을 놓고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교도통신은 7일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에서 조선인이 강제노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4일(현지시간)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심사위원회의에서 일본 징용시설이 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회의에서 사토 구니 주 유네스코 일본대사가 ‘조선 출신자가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이 표현이) ‘강제노동’(forced labor)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 기간의 징용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유산 등재와 동시에 과거 징용과 관련한 청구권 소송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얻으려는 속셈이다.

일본은 여전히 청구권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은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소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 법원도 1965년 한일협정에 입각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강제노동 자체를 사실로 인정하는 추세인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베 정권은 이번에 유네스코 회의에서 과거 징용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국제 조약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이란 문구 명기를 적극 저지했을 것이다.

이는 일본이 지속적으로 합법성을 강조해 청구권 소송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를 포함한 것으로 한국과의 협상에서 징용시설의 유산 등재와 강제노동 문구 삭제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셈이다.

반면, 우리 정부 역시 이번 협상은 역사를 온전하게 기억하기 위한 기본 입장에 충실한 것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징용시설에 명시될 문구 표기와 청구권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날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유네스코 회의 당시 일본 정부 대표인 사토 구니 유네스코 대사는 ‘많은 한국인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됐으며(brought against their will)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노역(forced to work)을 당했다’고 발표했다”며 “지난 5일 등재 결정 당시 세계유산위원회 의장도 영문본만이 정본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노 대변인은 “당초 우리의 기본 입장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일본 징용시설과 관련해 피해자를 기리는 시설로 만들겠다는 것이었고, 이런 기본 입장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사실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이후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대한 양측의 해석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뿌리 깊은 문제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한국은 한일협정에 따라 양국 간 이전에 체결됐던 모든 조약은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일본은 1945년 패전 이후 사항만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명확한 결론을 못낸 채 ‘한일합방 조약은 무효’라는 어정쩡한 입장으로 논쟁을 종결시켰다.

따라서 이번 징용시설에 대한 의미 규정도 일본은 패전 이전에 존재했던 1938년 국가총동원법과 1939년 국민징용령에 의거해 조선인들은 물론 일본인, 대만인 등이 징용된 것이므로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910년 일제에 의한 합병 자체와 이후 모든 과정들이 강제로 이뤄진 만큼 당시 징용 행위도 불법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달리 청구권 문제를 별개로 보고 강제노동을 뺀 문구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과거 징용 자체가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에 의거해 ‘의무’를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국은 합병 행위가 불법인 만큼 징용도 불법이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한 것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일본 발언문의 일본어 번역서에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표현에 해당하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며 “이번 논란의 기저에는 문구 하나에도 예민한 일본의 ‘말장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은 맞지만 청구권 문제는 무대를 옮겨서 논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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