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연 3% 대를 호가하던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통장(파킹통장) 금리가 최근 2%대로 일제히 내려왔다.
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를 주문한 가운데, 3사는 수신상품 금리 재조정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시장금리 인하에 발맞춰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 3% 대를 호가하던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통장(파킹통장) 금리가 최근 2%대로 일제히 내려왔다./사진=각사 제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6일 파킹통장 상품인 '세이프박스' 금리를 연 2.40%에서 연 2.20%로 0.20%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 4월 이 상품 금리는 연 2.60%에 달했는데 약 두 달새 0.40%p 하향 조정된 셈이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만기 12개월 이상 24개월 미만)는 연 3.40%에서 연 3.50%로 0.10%p 인상했다.
케이뱅크도 파킹통장 상품 '플러스박스' 금리를 최근 연 2.45%까지 인하했다. 이 상품은 지난 7일과 14일 각각 0.10%p, 0.05%p 인하된 바 있는데, 연초 금리가 연 3.00%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약 0.55%p 하락한 셈이다.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금리도 이달 초 연 4.00%에서 연 3.80%로 하향됐지만,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토스뱅크도 파킹통장 상품 '토스뱅크 통장'의 금리를 인하했다. 4월 이후에만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췄는데, 이달 3일부터 금액 조건 없이 연 2.00%로 일괄 적용 중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말에만 하더라도 잔액 5000만원까지 연 2.3%의 금리를 제공하고, 초과분에는 연 4.00%의 금리를 제공했다. 그러다 5000만원 이하 금액에 연 2.20%, 초과분에 연 3.80%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정했고, 최근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예치금과 무관하게 일괄 연 2.00%로 조정했다.
초저금리 시절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1금융권을 자극했던 토스뱅크가 역설적으로 3사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업계는 '시장금리 인하'가 근본적인 파킹통장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꼽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동결'이 시장에 일시적 영향을 주긴 했지만, 향후 금리추이가 우하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하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시중은행 파킹통장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게 여전한 만큼, 금리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정점찍고 하락하는 수순이다보니 시장 변동에 맞춰 하향 조정하게 됐다"면서도 "은행권 전체 예금상품을 놓고 볼 때 1년 만기 예금금리가 2%에 불과한 것도 있는 만큼, 금리경쟁력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수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은 파킹통장을 고객 유치와 자금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조달비용이 낮은 저원가성(핵심) 예금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기예금과 달리 금융소비자가 언제 작므을 인출하더라도 특별한 '페널티'가 없어 금리조건에 따라 언제든 쉽게 빠질 수도 있다. 또 당국의 건전성 관리 요구에 부응하려면 수신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인 예·적금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파킹통장은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은행이 금리를 높게 제공하더라도 (자금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오랫동안 자금을 묶을 수 있는 정기예금의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국이 미 SVB 및 시그니처은행 등의 사태를 계기로 뱅크런(대규모 현금인출)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유동성 관리 차원의 일환으로 파킹통장 금리를 인하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킹통장 자금을 '확실한' 안전자산으로 묶을 수 없는 만큼, 자연스레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영업전략이 다르지만 객관적으로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했다"면서 "그동안 당국의 유동성 관리 요구가 있었던 만큼, 어느 은행이나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