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수출 침체 현상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대중국 수출 부진, 반도체 등 핵심 품목 수출 감소 등의 여파로 하반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무역수지는 1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227억 달러, 수입은 12.4% 감소한 323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특히 대중국 수출 부진이 전체 교역 지표를 낮추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23%가 줄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 1∼5월 적자 규모는 118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5∼12월 52억 달러 적자의 두 배 이상이다.
◇ 중국수출·IT분야 부진, 제조업 경기 악화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제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지연,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보합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한은이 수출기업 20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업체의 56.3%는 수출이 중국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됐거나 올해 안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31.0%는 내년 이후로, 12.7%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업종은 중국과 제품 경합도가 높고, 미국과 유럽의 자국 보호주의 정책 등 여러가지 악재를 겪으면서 침체되고 있다. 조사에 응한 반도체 업체 중 55.8%는 수출이 중국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도 부담스럽다. 중국 시장은 리오프닝 지연으로 제조업 수출 부진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IT 분야를 비롯한 여러 제품군에서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면서 한국 수출 품목을 대체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삼성전자
제조업 부진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3분기 전망치는 91로 집계돼 전분기(94)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부문별 BSI도 내수(94→90), 수출(97→94) 모두 부정적 전망이 전분기보다 많아져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계는 IT·가전(83), 전기(86), 철강(85), 섬유·의류(75) 등 주력 업종들은 물론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기계(92) 업종까지 3분기에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 "핵심 분야 기술 경쟁력 강화해야"
한은은 지역경제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기가 2분기 부터 소폭 개선될 것으로 봤다. IT경기 부진 완화, 주요국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제조업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연되고 있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이전보다 확대되면 수출과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 경기 회복을 위해서 대중국 수출 회복과 핵심 수출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중국 교역국 가운데 4위였다. 전년 동월 2위에서 1년 만에 내려앉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서 수출 품목 다변화보다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이차전지 등에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면밀한 검토하고, 수출 전략을 새로 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선제적 통화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고, 구조적 수출둔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