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의 우승과 한국의 준우승으로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17세 이하)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팬들의 속을 상하게 만들며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바로 주심의 납득하기 힘든 형편없는 판정 때문이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축구대표팀은 2일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0-3으로 졌다. 3골 차로 졌으니 결과는 한국의 일방적 패배였지만, 내용상 한국에 억울한 장면이 많았다. 모두 심판 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종현에게 두번 경고를 줘 퇴장시킨 주심에게 한국 선수들이 항의를 해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전반 내내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이 빠른 공격으로 서서히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던 전반 44분, 한국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중앙수비수 고종현이 다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 것. 고종현은 미치와키 유타카와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부딪혔고 미치와키가 넘어졌다.
흔히 볼 수 있는 볼 경합 과정의 충돌이었는데, 태국 심판 몽콜차이 펙스리 주심은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고종현에게 경고를 줬다. 항의해 봤지만 소용없었고, 고종현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한국이 수적 열세에 몰리며 결정적 패인이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이어진 프리킥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고종현이 파울을 한 위치보다 일본의 프리킥 지점이 훨씬 한국 골문 쪽으로 가까웠다. 프리킥 위치는 주심이 정해주기 때문에, 실수든 고의든 일본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프리킥 찬스에서 나와타 가쿠가 절묘한 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국 선수나 벤치는 프리킥 위치가 바뀐 것을, 고종현 퇴장 충격 탓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이 일본에 선제골을 내준 후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일본에 추가골을 내줘 0-2로 끌려가던 후반 38분 또 한번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김명준이 패스를 받기 위해 일본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졌다. 분명 김명준의 발이 먼저 볼 터치를 한 다음이어서 명백한 파울이었고, 페널티킥이 주어져야 했다. 하지만 주심은 아무 일도 아니라며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변성환 감독은 강하게 항의 표시를 했다. 주심은 점잖게 변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변성환 감독이 격하게 항의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고종현 퇴장 건도 그랬지만, 전반 15분에도 진태호가 일본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는데 주심이 무시하며 그냥 넘어간 상황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심판의 황당하면서도 석연찮은 판정이 잇따르는 가운데도 사력을 다해 뛰어다녔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 종료 직전 일본에 한 골을 더 허용하며 0-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전반 15분 진태호가 상대 파울로 넘어졌을 때 주심이 한국에 페널티킥을 줬다면, 전반 44분 주심이 고종현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다면, 후반 38분 김명준이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졌을 때 주심이 페널티킥을 줬다면, 이날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편파적이었거나, 아니면 무능했던 심판이 망쳐놓은 2023 U-17 아시안컵 한국-일본의 결승전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