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오씨아이(OCI) 소속 계열사들이 구매입찰에서 변칙적인 입찰방식을 통해 낙찰을 유도하는 등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하다 경쟁당국으로부터 적발돼 110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28일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기업집단 오씨아이 소속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0억 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오씨아이는 크게 3개 소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이 중 이복영이 운영하는 삼광글라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이테크건설은 삼광글라스(‘글라스락’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유리용기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회사)에게 유연탄 소싱 사업을 하게 되면서 이번 지원행위가 이뤄졌다.
2016년 삼광글라스가 유리용기사업, 병·사업에서 손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유연탄을 구매해 발전사업을 하는 계열사인 군장에너지에게 유연탄을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2월 삼광글라스 소그룹의 실질적인 대표회사로서 그룹 내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테크건설은 삼광글라스를 지원할 목적으로 군장에너지 향 유연탄 소싱 물량을 삼광글라스에게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는 유연탄 소싱 사업에서 신규업체인 삼광글라스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열병합발전소 연료용 유연탄을 구매하기 위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회의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삼광글라스가 낙찰될 수 있도록 했다.
삼광글라스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의 권고 및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상향하거나, 이들로부터 입찰운영단가비교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영업 입찰실시자료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입찰에 참가해 13번 낙찰됐고, 그 결과 삼광글라스가 국내 유연탄 공급시장의 신규진입 업체에도 불구,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물량의 46%인 180만톤, 금액으로는 1778억 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이러한 삼광글라스에 대한 유연탄 물량 몰아주기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이테크건설 주도하에 소그룹 내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군장에너지 향 유연탄 공급을 삼광글라스에 몰아줄 것을 기획하고 사업실행을 준비했다.
또한 이테크건설은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를 채용해 삼광글라스의 입찰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었으며, 삼광글라스가 해외 광산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연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계열사인 군장에너지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광산사인 SUEK(수엑)사와 유연탄 공급 업무협약(MOU) 체결을 지원해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서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라며 “특히 경쟁입찰을 통해 계열사와 거래했다 하더라도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계열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준 행위가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편법적인 지배력 승계,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의 목적으로 독립·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침해하고 그룹 전체의 동반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공정경쟁질서를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씨아이의 지원행위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경제력 집중 효과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