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를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건전성 규제까지 충족하기를 요구하면서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신규 연체 급증이 3사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만큼, 포용금융과 건전성을 모두 확보하는 건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3사의 올해 1분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에 견줘 일제히 급등했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토뱅이 1.28%포인트(p) 폭등한 1.32%로 가장 높았고, 케뱅이 0.34%p 상승한 0.82%, 카뱅이 0.32%p 상승한 0.58%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를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건전성 규제까지 충족하기를 요구하면서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최근 한국은행에서도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급등 현상에 우려를 제기했다. 한은은 지난달 21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사의 대출 연체율이 4월 말 기준 0.85%로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체율 상승 배경에 대해 한은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차주) 이자 부담 증가 등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연체 대출자의 채무조정이 늘어나면서 연체채권 대손상각이 지연된 점도 연체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3월 말 23.7%로 규제기준 10.5%를 웃돌았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563.7%로 기준치인 92.5%를 크게 넘어섰다.
한은은 "기술적으로 이탈이 용이한 비대면 예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신예금의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부실 확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연체채권 대손상각과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은행권은 한은의 지적대로 3사의 연체율 증가가 '포용금융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3사는 설립 당시 금융당국이 조건으로 내세운 '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기준 850점 이하, 하위 50%) 대출 비중'을 달성하기 위해 대출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포용금융에도 신경쓰고 있다.
포용금융 성과는 1분기 기준 토뱅이 전체 대출액 중 42.06%를 공급해 가장 높았고, 이어 카뱅 25.7%, 케뱅 23.9% 순으로 나타났다. 3사는 올 연말까지 카뱅 30% 케뱅 32% 토뱅 44%를 각각 목표치로 내걸은 상태다.
그동안 업계는 급격한 포용금융 확대로 연체율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에 포용금융 목표를 한층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정작 당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에 비해 비용을 절감해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하고, 새로운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도입 취지"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급격한 외형 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자본확충을 통한 건전성 제고와 함께, 대안신용평가의 고도화·혁신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관리 등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로선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는데, 최근 인터넷은행의 행보는 고신용자 대출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최근 3개월(3~5월) 신용대출 성적표를 살펴보면, 케뱅은 3월과 4월 평균신용점수가 909.53점을 기록했는데, 5월 914.42점으로 상승했다. 토뱅도 3월과 4월 평균 신용점수는 893.71점으로 3사 중 가장 낮았는데, 5월 909.57점으로 올랐다.
평균신용점수가 올랐다는 건 은행들이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 대출을 늘렸거나, 중저신용자가 대출신청을 줄이는 등의 경우의 수를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카뱅은 3~4월 평균신용점수가 908점에 달했는데 5월 들어 866점까지 떨어져, 지난 5월께 중·저신용자 대출에 좀 더 집중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리수준도 가장 모범을 보인 곳은 카뱅이었다. 카뱅이 전체 신용대출 고객에게 공급한 평균금리는 3월과 4월 각각 연 5.55%였고, 5월에는 연 6.30%로 집계됐다. 그 외 케뱅은 3~4월 연 6.57%, 5월 연 6.88%를, 토뱅은 3~4월 연 7.49%, 5월 연 7.09%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중저신용자(850점 이하) 평균 신용대출 금리만 놓고 보면, '700~651점(3~4월)' 및 '600점 이하(5월)'를 제외한 전 구간에서 카뱅이 3사 중 최저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건전성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각 은행이 건전성을 고려하면서 포용금융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며 "분기별로 포용금융 실적을 공시하고 있는 만큼, 고신용 대출을 대폭 늘릴 순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저신용자 대출을 열심히 하면 평균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예대금리(대출금리-예금금리)가 높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포용금융 확대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포용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각사가 자체 개발 중인 신용평가모형(CSS)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보고서에서 연체율 상승의 배경 중 하나로 연체 대출자의 채무조정이 늘어난 점을 강조했는데, 정작 대출 당시에는 '상환가능한 대출자'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금리상승이 불어닥치면서 신용이 좋지 못한 대출자들이 상환불능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각사가 자체 CSS를 고도화하고 여신 포트폴리오도 잘 구성하면서 상환가능 대출자를 필터링했지만, 금리 급등 여파로 (경계에 있던) 대출자들이 대거 상환불능에 빠진 모습이다"며 추가적인 CSS 고도화 및 여신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3사는 연말까지 CSS 고도화를 주축으로 포용금융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카뱅은 3분기에 자산정보, 금융투자정보, 보험정보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스코어를 개발하고, 4분기에는 금융이력 부족 고객(신파일러) 및 중저신용자를 타깃해 스코어를 한층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케뱅은 3분기에 CSS 전략 수립 및 IT 개발을, 4분기에 CSS 적용·모니터링 및 채권회수모형 고도화를 계획했다.
토뱅은 3분기에 외부 비금융데이터 발굴 및 대안정보모형 고도화를, 4분기에는 자산 건전성 관리 효율화를 위한 BSS모형 개발 추진을 목표로 내걸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