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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무산 시 합병비율 1대 0.2로 내려갈 수 있어"

2015-07-13 11:29 |
   
▲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이번 합병 건을 단기적인 매매차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주문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총을 앞두고 삼성물산 소액주주(24.33%)의 표 향배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7.12%)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합병에 필요한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이번 합병 건을 단기적인 매매차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개별 주주의 문제를 넘어 국민경제적 관점으로도 시각을 돌려볼 것을 권유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이번 건은 한마디로 우리 기업 지배구조 제도의 혈(穴)을 눌린 것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급소를 외국자본에 찔린 거나 다름없다"고 전제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이 건만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삼성의 경영진이 기업가치를 올려놓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먼저 판단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계·산업계가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심사숙고해 볼 필요도 있다"면서 "만일 합병이 무산된다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될 것임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경제 공간에서 미래의 잠재력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도 각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의 주가 전망에 대해 "당연히 실망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소액주주 가운데 정말로 자기 투자에 대한 기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합병에) 반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합병 미래가치에 대해 삼성 쪽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약속도 내놓고 했는데 이번 합병 추진과정도 하나의 이벤트라고 본다면 무산돼서 주저앉혀지는 것보다는 상승효과를 통해 주주가치도 동반상승해서 '윈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누구나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이나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를 제기할 순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배구조라는 것도 어찌 보면 비전이나 영업능력, 즉 기본적인 비즈니스 전략 다음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교수는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부문과 상사부문 모두 힘에 부쳐 하는 모습이 보일 때 '합병 이슈로 한 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일종의 재료가 제시된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회가 와서 이제 시너지가 막 작동하려는 데 (소액주주들이) 기회를 굳이 발로 차 버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합병비율을 문제 삼는 소액주주들도 있는 걸로 안다. 일례로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쪽에서만 보고 무조건 유불리를 따지기는 힘든 것 아니냐. 보이지 않는 손이 한쪽으로만 작용했다고 보긴 더더욱 어렵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합병비율이 1대 0.35가 아니라 1대 0.2 정도로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액주주들에게 일부 부정적 입장이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점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본다"고 마무리했다.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합병이 성공하면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건데 사업회사로만 따져서 시너지가 없다고 보는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면서 계열사와 자회사를 키울 텐데 그렇게 그룹 전체가 크는 게 주주 입장에서도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소액주주의 경우 단타매매자, 6개월 투자자, 5∼10년 장기투자자 등 여러 부류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장기적으로 투자한 사람은 합병이 성사되면 절대 손해볼 일이 없고 단타매매의 경우도 합병 후 삼성물산 주가가 내려갈 걸로는 보이진 않아 역시 크게 손해볼 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우연히 삼성물산만 갖고 있는 사람보다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삼성의 여러 계열사 주식을 골고루 가진 주주들이 많을 텐데 이런 주주들에겐 바이오사업 등 그룹의 안정적 수익원 창출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병비율 기준을 주가와 자산가치로 대비하면서 일부에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거론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높은 건 그 속에 삼성의 역사와 그룹 전체의 역량이 녹아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을 배제하고 지분을 팔아서 현실화하겠다고 하는 건 차라리 삼성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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